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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듸오 데이즈>는 193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이었던 경성 방송국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이들이 모여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불꽃'을 만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렸다.
영화는 매일같이 시보만 알리고 대단할 것 없는 방송하던 어느 날, 라디오PD ‘로이드’(류승범 분)가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불꽃’을 엉겁결에 기획하면서 시작된다. 돌발 애드립으로 방송사고를 일삼는
대책 없는 미모만 뛰어난 자칭 엘리트 신여성 재즈가수 ‘마리’(김사랑 분), 드라마 속 자기 분량을 늘리기
위해 온몸(?) 다해 로비에 매진하는 기생출신 ‘명월’(황보라 분), 나레이션과 남자주인공을 동시에 연기하느라
정신없이 실수연발을 하는 삑사리 아나운서 ‘만철’(오정세 분), 한번도 엔딩을 완성해 본 적 없는 벼락치기
작가 ‘노봉알’(김뢰하 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애드립 천재사환 ‘순덕’(고아성 분) 등 2% 부족한
이들이 모여 펼친 날방송 드라마는 청취자들에게 처음에는 외면을 받지만, 어딘지 모자라 보이는 독립투사이자
소리효과맨 ‘K’(이종혁 분)의 등장과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에 어느새 경성최고의 인기방송이 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일본의 통치아래 있던 경성방송국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 과연 드라마의 엔딩을 왜곡시키려 하는 일본 총독의 외압을 물리치고, 과연 그들은 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드라마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영화는 일제치하라는 시대의 외피만 빌려올 뿐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드라마를 완성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의
소동을 통해 시대와 인간을 비꼰다. 또한 극중 전개되는 라디오 드라마를 통해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를
풍자한다. 여주인공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마리와 명월, 노골적인 PPL 광고, 어이없는 스토리 전개와
반전 등 현 드라마의 행태를 꼬집는다. 암울한 시대와 대비되는 엉뚱 발랄한 캐릭터들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며 그간 보여줬던 배우들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캐스팅을 통한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과 연기가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이종혁의 코믹 연기는 기대 이상이며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오정세의 발견은 뜻밖의 수확이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에 후반부 위험을 무릅쓰고 드라마를
완성하려는 로이드는 행동은 쉬이 공감이 가질 않는다. 캐릭터간의 충돌과 화해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편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배우들의 스윙댄스는 보너스.
2008.1.2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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