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Bad Guy (한국영화 파노라마 - World Premiere)

- Korea, 2001, 100min, 35mm, Color
- 감독 : 김기덕 KIM Ki-Duk / 출연 : 조재현, 서 원

첫 눈에 반한 여대생을 창녀로 만들어버리는 영화 <나쁜 남자>는 심상치 않은 영화 스토리로 처음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만나는 관객이 아닐지라도 당혹스러운 경험을 가져다 주기 충분한 영화이다.

하지만 그의 전작들을 본 이들이라면 7번째 영화인 <나쁜 남자>는 어디간 모르게 낯이 있어 보인다. 감독 자신이 <악어>와 <파란대문> 사이에 놓인 작품이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창가 깡패 한기는 <악어>의 용패를 닮아 있으며 선화는 <파란대문>의 혜미를 연상시킨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그들의 관계와 행동들에 대한 의문들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영화 <나쁜 남자>는 실존주의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에서 받았던 느낌과도 비슷하다. 성공한 한 은행원이 어느날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끌려가 살인선고를 받게 되면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과 안정된 행복 속에 있는 자신을 보면서 차츰 인생에 대한 회의와 삶의 가치를 조금씩 알아가는 <심판>의 요셉K처럼 영화<나쁜 남자>의 선화 역시 자신이 원하지 않게 창녀가 되지만 차츰 그런 자신의 변화된 삶을 보면서 서서히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감독의 생각들을 영화 속 한기의 시선을 통해 보게 되며 마지막 그들의 재회와 가장 현실적인 그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쁜 남자>의 제목은 당초 '운명'이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은 어쩌면 우리 삶은 너무 정해진 틀에 혹은 누군가의 정해진 운명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한다.

나쁜남자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