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습 외에도 숨어있는 또다른 모습을 만들어둔다.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앞서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의 비밀을 잘 활용하도록 한다. 그 비밀을 살려 스토리의 반전이나 캐릭터의 반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캐릭터의 비밀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캐릭터의 단면만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그 이면을 지니고 있다면 그 캐릭터는 보다 풍성하고 깊이 있는 인물이 될 것이다. 캐릭터의 깊이 형성은 보다 엔터테인먼트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요소가 된다는 것을 주지하면 된다.

공포물이나 스릴러물에만 이런 요소들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멜로나 휴먼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스릴감이나 서스펜스가 묻어날수록 관객은 그 영화에 빠져든다.

등장인물의 캐릭터 상에서 오는 서스펜스나 혹은 사건의 전개과정 속에서, 등장인물의 심리적 변화과정 속에서 어디에서나 서스펜스는 존재할 수 있고 이런 요소들은 긴장감을 주어 다음 대사나 장면을 궁금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며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원초적인 힘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마을 사람들을 하나씩 범인의 선상에 올려놓고 그 진위를 가리듯이 과연 저 사람이 진짜 범인일까? 하는 의혹을 제기한다. 범인의 물망에 오른 이들과 형사가 나누는 대화역시 긴가민가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미스테리적 요소는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장르의 성향에 따라 그 요소가 강하게 혹은 약하게 작용될 수는 있지만 미스테리적 요소는 관객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 의문이 풀릴 때까지 혹은 풀기위해 관객은 끝까지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 영화는 스토리를 끌고 가는 파워를 발휘하게 된다.

어떤 영화든 순수하게 하나의 성향만을 지니지는 않는다. 멜로, 공포, 미스테리, 코미디, 액션 등 최근의 한국영화는 두가지 이상의 장르를 혼합한 퓨전 영화가 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여러 장르를 믹서한다고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각자가 만든 영화 스토리에 어울릴 수 있는 장르를 취사 선택하여 퓨전장르를 만들도록 한다. 순수장르로 시나리오를 작성하든지 아니면 퓨전장르로 작성하든지 자유지만 완성되었을 때 그 영화에 어울리는 색채를 분명히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인 스토리는 등장인물들이 화면에 나와 표현되는 행동양상이며 비하인드 스토리는 화면상에 보여주지 않지만 생략된 상태로 보여주는 또다른 진행이라 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가 직접적 스토리라면 비하인드 스토리는 간접적 스토리 진행이다. 웃은 얼굴이 메인 스토리라면 마음의 통곡은 비하인드스토리와 같은 구성이라고 보면 된다. 둘은 동시에 발생하면서 하나는 드러나고 하나는 숨겨진 채 화면이 진행되는 것과 같다. 직접적 표현과 생략적 표현중 어느 것이 더 영화의 증폭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살핀다. 관객이 채워야할 스토리의 여백을 잘 구성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적인 또하나의 요소다.

보는 각도에 따라 메인스토리와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자신만의 각도를 가지고 해석해보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예술은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그 가치가 높아진다. 절대 감독이나 작가만의 혹은 영화사만의 자위행위가 되어서는 안된다.

영화의 모든 장면을 절제적으로 표현하라는 것은 아니다.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할 때에는 또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절제적인 대사나 행동을 표현하지만 그 장면의 목적은 달성해야만 한다. 그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절제적인 표현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지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한다. 상징이나 은유를 통한 대사의 묘미도 최대한 살려주고 영상적 표현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시나리오가 인간의 심리공학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등장인물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관객은 그 인물에 매료되기도 하고 혹은 처음부터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만큼 인물에 따른 심리가 납득이 되어야만 관객은 빨리 인물과 동화되고 영화의 매력을 느낀다. 영화의 복선과 상황의 의외성을 적용하되 그 상황들이 하나의 맥으로 관통될 수 있어야 한다.

관객과 호흡을 함께하며 적당한 위치에 복선과 의외성 그리고 반전 등을 구성하도록 한다. 시나리오는 인간의 심리과학으로 만들어져야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걸 숨기거나 상상할 수 있는 상황들을 피하는 것이 좋다. 관객보다 반발짝 혹은 한발짝 정도 앞서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다 끝나도록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용이 불투명하면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관객은 오히려 짜증을 내기 십상이다.

관객이 그 장면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되 다음을 기약하는 또다른 그 무엇을 장면에 담도록 한다. 그것은 항상 관객을 앞질러야 한다. 관객이 알아야할 정보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담아주면서 관객과 같은 생각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면 재미는 떨어질 것이다. 고등학생이 초등교과서를 보는 것처럼 뻔할 것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말을 맺도록 한다. 상황이나 이야기의 유추는 관객의 상상에 반하지만 영화에 대한 관객의 전체적인 기대는 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결말을 맺도록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