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인 부조리, 불합리한 세계와 개인의 갈등

이 영화는 군대이야기다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어른)된다’고 한다. 아무리 제멋대로인 인간도 군대에 갔다 와서는 세상을 알고 처세를 배우게 되고, 결코 녹녹치 않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과연 그러한 변화가 바람직한 것일까?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용서받지 못한 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이 영화는 새롭지 않다

군대이야기는 코믹이 아니면, 정극으로는 소재가 되기 힘들다. 군대이야기 자체가 군대를 경험한 당사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식상하기 때문이다. 폭력, 구타, 탈영, 자살, 성폭행 등 부조리와 불합리… 모든 사람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면서, 집단적 마초주의에 의해 이 모든 것이 용인되는 독특한 집단이 바로 군대이다. 이러한 군대의 본질과 그 세계에 대해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새롭지 않다.

이 영화는 새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없고 식상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더구나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맛깔스럽게 버무리고, 거기에 가볍지 않은 메시지까지 담아낸 이 영화는 새롭다. 입봉작으로 첨예한 문제의식보다 안정감 있는 연출, 완성도 높은 작품, 진지한 접근으로 승부한 신인감독의 출발 또한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감독 윤봉빈이 보여준 고문관 서지훈의 연기는 모르고 본 사람에게는 최대의 반전이었다.

이 영화로부터 배운다

폭력과 구타는 현상이며, 본질적인 문제는 불합리와 부조리이며 그것을 묵인하는 거대한 이데올로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군대로부터 일반적인 영역으로 확장한다. 그것이 군대이건 직장이건 이 사회에 처음 편입되었을 때, 나는 결코 폭력과 부조리에 물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생존은 이 사회에 길들여질 것을 강요한다. 나는 어느덧 폭력과 부조리를 행사하는 자가 되어있다. 이러한 변화는 오로지 생존에 의한 강제이며, 무의식적인 강요이다.

불합리한 세계와 개인의 갈등

최근 군대의 변화를 보면 이 영화는 머지 않아 역사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일반성을 획득하는 순간, 이 영화는 더 이상 군대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사회와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합리성과 효율성이 아니라 부조리와 불합리다. 살아남기 위해 폭력과 부조리에 편입될 것인가? 폭력과 부조리에 맞서 낙오자로 파괴될 것인가? 군대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이 사회는 이러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 영화의 추천대상

집단적이고 구조적인 폭력과 개인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 <풀메탈쟈켓>에 좋은 평점을 준 사람. 어떻게 군대이야기를 칙칙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끌고 갈수 있을까가 궁금한 사람. 어쨌든 잘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영화가 대중적 흥행에는 어떤 점수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 영화가 거둔 성과와 호평만으로 대중적 흥행은 아무래도 좋을 듯하다.

이 영화의 비추천대상

군대가 사람 만든다는 신념이 아주 확고한 사람. 군대가 체질이어서 다시 복귀하고 싶은 사람. 반대로 군대이야기 자체가 지긋지긋한 사람. 그래서 영화에서 까지 또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액션, SF, 코미디 장르에 코드가 맞는 사람. 영화는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지, 생각하는 영화는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람. 참신한 소재, 새로운 영화를 지향하는 사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