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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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연출과 구성이 떨어지는 '투 가이즈'
잘 만든 TV시트콤은 재미있다. 웃긴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시트콤도 이제는 미국 시트콤과 비교해도
될 만큼 개성적이고 구성과 짜임새의 완성도가 높다. 한국적 특성에 맞는 가족적인 소재와 내용으로
폭력과 음담패설에 의존하지 않고 건전하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는 시트콤도
극장에서 상영하면 관객들에게 외면당한다. 외국의 유명 시트콤인 '프랜즈'나 '섹스 앤드 시티'
등을 보기 위해서 극장에 가는 사람은 없다. 그 시트콤이 아무리 유명하고 재밌어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극장에 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극장에서
기대하는 즐거움은 TV에서 바라는 기대치보다 월등히 높다. 시트콤이 주는 가벼운 웃음이 아닌
더 깊은 즐거움과 감동을 동반한 웃음을 원하는 것이다. 생각 없이 웃는 것은 TV시트콤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투 가이즈>는 유명영화배우가 출연한 시트콤 같은 영화다.
엉성하게
얽힌 밑바닥 인생의 코믹 활극
불량 채무자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돈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을 가진 중태(박중훈)는 이 업계에서
사고뭉치이긴 하지만 제법 유능한 편이다. 카드깡으로 진 빚을 갚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뺀질한
김 훈(차태연)은 룸 싸롱 대리 운전을 하면서 방탕하게 살고 있다. 중태는 당연히 훈에게 빚을
받으러가고 물씬 팬 다음 14시간 안에 돈을 마련 못하면 콩팥을 가져가겠다고 말한다.
그 날 밤 외국인 승객을 태운 훈과 중태는 외국인의 가방을 노리는 국제적인 조직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가방 속에는 나노반도체의 최신 기술이 들어있다. 중태와 훈은 티격태격 한배를
타게 되고 국정원과 국제밀매조직에게 동시에 쫓기게 된다. 가방과 돈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담보로
벌이는 황당한 청춘들의 하룻밤 모험이 펼쳐진다.
연출의 섬세함과 구성의 짜임새에 문제가 있다
박중훈과 차태현이라는 관객동원에서 검증 받은 두 코믹 배우가 한꺼번에 출연한 이 작품은 나름대로
웃길 때도 있고 두 배우의 매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문제는 섬세한 부분의 연출이 떨어지고 구성의 짜임새가 전반적으로 극을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이 리치의 화면을 보는 듯한 카메라 앵글이 여러 번 나온다. 코믹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작품인데
액션 장면이 중복되어서 보여지고, 추격씬은 이리저리 시간 끌기라도 하는 것처럼 늘어지고 중복되곤
한다. 타임 체크와 화면 구성, 편집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거의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애드립의 천부적인 소유자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연기는 아쉽게도 궤도를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다. 아무리 아쉬워도 감독이 자를
것은 자르고 거를 것은 거르는 연출이 필요했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가방이 든 차를 찾으러 갈 때, 당연히 세 명이 함께 찾으러 갔어야 한다.
중태와 훈을 떨어뜨리려는 억지 설정이다. 귀중품이 든 가방을 외국인이 찾으러 가지 않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엄청난 돈이 되는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중태를 보며 침을 삼킨다는
설정은 그 논리성에서 문제가 있다. 그밖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억지 설정이 거슬린다. 웃고
즐기는 코미디에서 그런 것이 크게 문제가 되겠냐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을 가볍게
방치하는 것에서 영화의 짜임새는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승리로 끝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은행 현금 인출기를 털었던 도둑과
카드 빚으로 흥청망청 방탕하게 유흥가를 누비던 자와 잔인한 폭력으로 사채업자를 도왔던 자들이
국제적인 사건에서 우여곡절 끝에 큰돈을 만지게 된다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도덕적 공허감을 들게
한다. 영화의 기본은 권선징악이다. 관객들이 무리 없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공감대도 거기서
형성된다. 그냥 웃기만 할거라면 옆사람에게 간지럼을 태워달라고 하면 된다. 그게 더 확실하게
웃기고 돈도 안 든다. 그것도 귀찮다면 맥주를 앞에 놓고서 시트콤을 보면 된다.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하려면 좀 더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애초에 밑바닥 인생들의 인생 역전을 원했다면 좀 더 극적이고 따뜻한 캐릭터가 필요했다. 말끝마다
욕이 나오는 두 주인공들은 아무리 친근한 배우를 써도 캐릭터의 이미지를 뒤집을 수는 없다. 관객들이
공감하고 제발 죽지말고 잘 싸워서 승리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아니라는
말이다.
두 배우의 역할에 초점이 너무 맞추어져 있다보니까 나머지배역과 주변 상황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이야기를 만든 것 같다. 좀 더 고민하고 머리를 쓰고 섬세하게 연출했더라면 관객들에게
깊이 있는 웃음을 선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좋은 배우를 써도 시나리오와 연출이
받혀주지 않으면 재미있는 영화는 나오지 않는다.
제목처럼 그냥 <투 가이즈>가 나오는 영어 이름과 상관없는 한국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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