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정체성과 사랑의 딜레마

시간 안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 시간의 딜레마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사물의 형체도 사람의 마음도 사랑도, 시간은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한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절대적인 가치와 영원한 진리를 추구한다. 오래된 연인 세희와 지우, 익숙한 만큼 새로움과 설레임이 없다. 이전과 같지 않은 지우를 보면서, 세희는 그의 사랑을 되돌리기 위해, 새로운 사람이 되려고 한다. 성형으로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저항하려는 것. 그러나 지우는 성형전의 세희를 잊지 못하고 성형후의 새희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시간>의 딜레마는 출발한다. 시간에 대한 저항이 오히려 의도하지 못한 결과를 빚게 된다.

자신을 질투하는 여자 : 정체성의 딜레마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성형전의 세희와 성형후의 새희. 이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이 딜레마는 성형후의 새희가 보여주는 혼란에서 심각해진다. 지우가 현재의 새희를 좋아하는 것에 질투한다(과거의 세희). 한편 과거의 세희를 잊지 못하는 지우를 보면서 사랑을 호소한다(현재의 새희). 그녀는 과거의 세희와 현재의 새희가 동일한 존재임을 말하지만 지우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그에게서 같은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지우를 잃어버린 새희에게 의사가 하는 말 “아무도 몰라보게 해드릴까요?” 아무도 몰라보는 그녀는 누구인가?

변하지 않는 사랑, 영원한 사랑? : 사랑의 딜레마

지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사랑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이 식어버리고, 세희가 떠난 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여자를 받아들인다. 과거의 여자 세희와 현재의 여자 새희를 동시에 사랑하기도 한다. 이중적으로 보이는 지우의 사랑은 그러나 자연스럽고 일상적이다. 세희는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추구한다. 사랑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되려는 그녀, 지우가 떠난 후 낯선 얼굴 속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그녀의 사랑은 공허하다. 손가락에 익숙한 느낌으로 남겨진 그녀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인가? 사랑에 대한 그녀의 환상이 아닐까?

<시간>에 대한 새롭거나 진부한 것들

=<시간>의 새로운 것 :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성형)과 철학적인 주제(시간)의 만남 / 현실과 환상이 중첩되고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표현기법 / 시간과 정체성,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 등은 새롭게 느껴지는 요소다.

=<시간> 의 진부한 것 : “김기덕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의 가벼운 유머와 상황개그…. 홍상수를 보는 것 같은 착각…” [shy4517님의 영화평]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다. 김기덕의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