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급 예비 神父의 새콤달콤한 스캔들

이건, 대단한 스캔들이다. 아니, 어찌 보면 달콤쌉싸름한 로맨스? '신부서품식'을 하는 엄숙한 자리에서 우리의 베드로는 사랑하는 그. 그와의 사랑의 서약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왜냐? 우리의 베드로에게 평생 사랑을 맹세했던 '그'보다 더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가 나타났기 때문. 그러면, 그녀와의 로맨스. 아니, 이 달콤한 스캔들이 어찌어찌 탄생한 것인지 궁금치 않을 수 없는데....

스캔들 탄생의 기본은... '훔쳐보기'이다

인간의 은밀한 본능중 하나인 훔쳐보기에 대한 욕망.
알고싶고 궁금하지만, 뭔가 베일에 감춰진 그와 그녀가 만났다 하면... 훔쳐보고 싶은 우리의 이 은밀한 욕망은 꼭 그와 그녀의 스캔들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잘생기고 수줍은 듯 귀여운 그 남자, 우리의 예비신부님 베드로. 그가 화끈하고 섹시한 그녀를 만났을 때...우리가 가장 궁금하고 알고싶은 건, 바로 그거. 그거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 부분을 꾸준히 집요하게 그려내고 있다. 허나, 너무 충실하게 '훔쳐보기'의 욕망을 채워줄려다보니, 정말 중요한 걸 간과하고 있다는 걸 알까??

'훔쳐보기'는 플롯(plot)의 소품일 뿐이다.

훔쳐보는 재미는 쏠쏠했지만, 결국 중반을 넘어서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는 큰 이유. 그건, 플롯이 약하기 때문이다. 플롯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건 '긴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아무리 장르가 해피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믹물이라 해도 '긴장'감이 없으면, 재미가 떨어진다. 이 '긴장감'이란 건 음식을 만들 때, 그 음식을 더 맛깔 나게 해주는 매콤한 양념과 같은 것이다. 여러 음식들이 찰떡같이 뭉쳐서 제대로 된 맛을 내게 해주는. 근데, 이 영화는 그 좋은 음식재료들을 가지고도 싱거운 맛 밖에 못 내고 있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결국, 그 이유를 찾자면, 소품으로서의 역할을 했어야 할 '훔쳐보기'가 메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동기와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그 동기와 목적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지만 플롯이 만들어지고, 긴장감이 창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봉희 자매님과 베드로님은 특정 동기와 목적이 있음에도, 그걸 위한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다. 설사 한다고 해도, 그건 봉희자매님이 얼마나 섹시한가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일 뿐. 또 그 도발적인 모습에 우리의 베드로님이 얼마나 가슴설레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일 뿐.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이 사태. 좀 당황스럽다. 아니, 안타깝다.

과도기 속의 자정노력. 그러나 제발, 오해는 그만.

'폭력과 섹스, 걸쭉한 욕설은 가라.' '이젠 가슴 따뜻한 해피한 웃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겠다.' 이런 자정노력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제발 오해는 그만...

기존 영화들 속에서 '폭력, 섹스, 욕설' 등은 톡톡 쏘는 자극제 역할을 해왔고, 관객들은 그런 것들을 역겨워하면서도 그 찌르르한 자극에 대해선 묘한 향수를 갖고 있다. 관객들의 이런 욕구는 무시한 채, 무조건 가벼운 농담따먹기식 말장난으로 관객들을 끌어 모를 수 있다는 식의 오해는 제발 그만해줬으면. 불량식품을 근절시키려면, 그를 대체할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 뭔가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탄탄한 플롯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이것도 그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