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멜로는 있다

장현수 감독에게도 멜로는 있었다

개인적으로 장현수 감독을 존경한다. 그의 예전 작품 "게임의 법칙", "본투킬", "라이방"에는 휴먼주의 정신이 담겨져 있다. 세상에서 빗겨져 나간 인생들의 아픔과 사랑 그리고 생활을 그려내는데 충실했고 감동도 많이 주었다. 하지만 장현수 감독이 멜로라?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면....

처음에는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지만 영화를 다본 지금은 역시 장현수 감독에게도 멜로는 있었다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만큼 로맨틱 멜로에도 그가 중요시하는 휴먼주의 관점이 여실히 녹아져 있었고 또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세 자매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화끈한 신세대 재즈 가수 미영(김효진)은 남자친구를 차고 그 어느 날 정말이지 동화 속에나 나올 것만 같은 남자 수현(이병헌)과 로맨스 소설 같은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리고 연이어서 그의 둘째 언니 선영(최지우)은 수현과 지적이고도 벼락같이 내려쳐지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이어서 첫째 언니 진영(추상미)도 수현에게 끌리는 감정과 유부녀로서 가정을 지키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토록 세 자매에게 각각 다른 사랑으로 어필하는 남자 수현에게 이들은 모두 빠져 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장현수 감독은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버렸을까? 예전 영화 스타일대로라면 비정의 치정극 즉 비극으로 끝나는 게 맞겠지만 이 영화는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서 해피엔딩이 제격이다. 결말이 궁금하겠다면 직접 보기를 권한다. 스포일러는 되기 싫으니깐.

영화의 메리트와 아쉬운 점, 역시 누구나 실수는 있었다

영화는 세 자매와 아슬아슬하게 만나서 사랑하고 또 숨기고 비밀이 생기는 과정을 그대로 여실히 재밌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 초반에는 약간 지루하다가 중반이후부터 급작스럽게 되는 것은 이 영화가 시간차 공격 즉 시간 구성에 따라서 달라지는 인물들의 사건과 비밀, 엇갈림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 "라쇼몽"에서 시작된 캐릭터간의 시점 차이 변화는 한국영화에서도 많이 나타나 있다.

여주인공 시점의 변화로 나타내어지는 "인터뷰"나 두 여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각각 다른 시점이 얽히는 "연애 소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누구나 비밀은 있다 에서 아쉬운 점은 이런 시간차 관점의 차이를 그대로 재현할 것이 아니라 좀더 나아가 발전된 방향에서 새롭게 표현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옴니버스 식으로 세명의 이야기를 따로 엮을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얽히는 씬들을 복합 구성하여 삽입했으면 훨씬 더 긴박감 있고 재밌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