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타일에 갇힌 모호한 메시지

‘김혜수’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 혹은 관음증에 대하여

“김혜수의 노출수위,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위험한 섹스, 심의 유보 등등…” 이 영화에 대한 스포츠지의 어투는 이 시대의 섹스코드를 상징하는 여배우 김혜수에 대한 대중적 정서를 감각적으로 반영한다. 바로 그녀에 대한 성적 호기심 혹은 관음증이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본다면, ‘그녀를 제외하고’ <얼굴없는 미녀>를 말할 수 없다. 그녀가 아니고서 이 여자 ‘지수’를 이토록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구겠는가?

상실의 상처가 만들어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지수’

누구든지 일생을 걸쳐 가장 화려하고 행복했던 환타지를 가지고 있다. 그 환타지를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의 흐름, 일상의 권태가 이 상처를 덮어버리고 지워버린다. 그러나 무엇을 ‘상실’한 적인 있는 사람은 안다. 상처는 치유된 것이 아니라 덮여진 것일 뿐이다. 현실과 환상,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경계선 장애를 앓고 있는 ‘지수’는 잃어버린 사랑과 상실감이 만들어낸 생생한 상처다.

전념성 강한 바이러스, 커뮤케이션의 장애와 고독

‘석원(김태우)’은 ‘지수(김혜수)’에게서 자살한 아내를 보고, ‘지수’는 최면상태 속에서 첫사랑의 남자와 섹스한다. 그들은 함께 있으나 소통하지 못하고, 서로의 존재를 다른 이미지로 대체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관계는 실재적이지 않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로부터 발생하는 공허감은 해소되지 않고 또 다른 관계로 전염된다. 아내의 남자에게 복수하던 석원은 동일한 방식으로 지수의 남편에게 복수당하고, 지수의 경계선 장애는 석원에게 전이된다.

스탈리쉬한 영상이 경계할 것, 스타일의 과잉?

불안과 환상이 뒤엉킨 내면을 표현하는 공간을 유영하는 유리와 금속소품들, 화려하고 불안정한 ‘지수’의 과장된 스타일, 메탈릭한 소품에서 의상, 조명, 명함에 이르기까지 <얼굴없는 미녀>는 국내 최고의 영상스타일리스트가 만든 최고의 영상이다. 그러나 화려하고 감각적인수록 모호한 메시지는 영화를 더욱 공허하게 만든다. 스타일리쉬한 영상 때문에 품격이 더욱 살아난 <올드보이>를 생각하면, 문제는 스타일의 과잉이 아니다.

거친 진정성의 <로드무비> & 화려한 공허 <얼굴없는 미녀>

<얼굴없는 미녀>는 ‘지수’의 상처로부터 우리의 상실감을 돌아보게 하고, 현대인의 고독, 커뮤니케이션의 장애에 다가가 있는가? 감독은 이 물음에 당당할 수 있는가? 감독은 전작 <로드무비>에서 진보하고 있는가? 거칠지만 내면의 풍경에 충실했던 감독의 전작 <로드무비>의 진정성 때문에 <얼굴없는 미녀>의 공허함이 더 크다. 스타일이 메시지를 대신하진 못한다. 스타일은 메시지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공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