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산악 대장의 그랜드 슬램 달성

가끔은 인생에 있어서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살고 있는가 회의가 들때가 있다. 그럴 때는 무엇을 해도 시큰둥해지고 이른바 슬럼프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더욱더 상태가 심해지면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갑자기 왜 사는가? 라는 문제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 즈음, 박영석 산악대장의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른바 높고 험하다는 세계적인 산들을 모두 정복했다는 소식. 박영석 산악대장이 인터뷰 때마다 듣는 단골 질문이 있다. 바로 산 정상에 왜 가는가? 그의 대답은 무엇일까?

남극일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산악대장 도형(송강호 분)과 막내 대원 민재(유지태 분)를 비롯한 여섯명의 탐험대가 남극의 도달불능점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피에스 위성 수신장치, 최고 성능의 방한복 등을 갖춘 그들은 남극의 도달불능점이라는 소련탐험대에 의해 1958년 단 한번 정복된 그곳을 향해 한발 한발 100킬로도 넘는 썰매를 끌고 2000킬로가 넘는 길을 가게되는데...막내 민재는 우연히 발견된 영국 탐험대의 80년도 더 된 남극일기를 도형에게서 받고서 기쁜 마음에 산악일지를 보게 되지만 의문투성인 그림들이 가득하다. 한편, 가는 도중에 대원중 한 명이 의문의 병에 걸리게 되고, 결국 뒤쳐져서 따라가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의문의 불길한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또 다른 대원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남극일기는 잘 만든 영화이다

남극일기에는 스텝진들의 고생한 흔적이 씬바이 씬마다 묻어난다. 뉴질랜드라는 올로케, 혹한의 날씨, 현지 스텝과의 부조화, 그리고 등장인물 6명으로서만 최대한의 갈등구조를 나타내어야 만 하는 치열한 극중 구조, 무엇하나 만만한 것이 없을뿐더러 특수효과팀은 생전 만들어 본적이 없는 장면들을 연출하느라 힘들여 일한 흔적이 역력하다. 같은 돈을 주고 본다면 이왕이면 정성들여 만든 영화를 보고싶은게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공들인 캐릭터 구축도 눈에 띈다. 두 인물의 대립을 화면 가장자리에 인물 배치를 박아놓고 파노라마로 연출한 그림도 좋았다.

약간의 아쉬움 하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남극 일기를 다 보고 나서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 건 왜일까?
그건 바로 선명하지 못한 구성에 있다고 본다. 초반부의 공포 영화 분위기가 끝까지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았고, 또한 인과관계도 충분치 않았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최근에 왜 사냐고 자신에게 반문하고 싶은 사람은 이 영화를 꼭 가서 보길 바란다. 극중의 산악대장 도형에게, 대원들은 왜 산에 도달하는데 그렇게 집착 하냐고 생명을 걸고 묻는다. 더 이상 산행을 진행하면 정말 죽을 것 같았기에.... 도형의 진실된 대답은 영화의 마지막에 들을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거 같으니까 도형의 대답은 말하지 말고 대신 박영석 산악대장의 말을 전하면서 끝낸다.

"내가 산에 오르면서 보낸 아까운 목숨이 일곱이야. 내가 산에 오를 때면 애들이 사각사각 발자국 소리를 내며 함께 걷는 것 같아. 나는 이들을 위해서도 더 할 일이 많아. 남아있는 자들, 후세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돼..."

그렇다면 영화 남극일기에서 도형이 남긴 왜 산에 오르는가의 답은 무엇일까? 박영석 산악대장의 말과는 정반대의 대답이 나온다.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요즘 떠오르는 개그맨 노홍철의 말투로 "일단 가보는 거야. 가는 거야! 그래 가버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