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獻辭)

"난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꺼야.."

목욕탕 때밀이를 하는 억척스런 엄마(고두심)와 빚보증으로 대학등록금까지 날린 무능력하고 답답한 아버지(김봉근) 때문에 나영(전도연)은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다. 그러던 나영이 시간여행을 통해 20년 전 소박하지만 순수하고 따뜻했던 엄마, 아빠의 사랑과 만난다. 그 시절 순수했던 연순(엄마), 진국(아빠)을 통해 현실의 엄마, 아빠와 화해한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다.

인어공주는 드물게 ‘부모님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영화다. 순수했던 젊은 날의 그녀 만큼 망가진 현실의 엄마가 더욱 안쓰럽다. 인어공주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 대한 변명이자 그녀들에게 바치는 헌사(獻辭)이다. 스타일이나 주제에 있어서는 역시 전도연이 출연한 ‘내마음의 풍금이나 중국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도 비슷하다.

좋은 배우가 좋은 영화를 만든다.

어떤 배역에도 신뢰할 만한 고두심의 스크린에 대한 지배력은 압권이다. 전도연의 1인 2역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다른 2역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 젊은 날의 연순은 전도연의 잊지 못할 필모그래피로 기억될 것이다. ‘살인의 추억’의 연쇄살인마와 대비되는 박해일의 해맑고 순수한 연기는 그래서 더 신선했다. 연순의 어린동생역에 빛나는 아역배우도 자기몫을 다했다. 좋은 배우가 좋은 영화를 만든다.

잘 만든 영화다. 그러나 흥행은 어떨까?

인어공주는 대작은 아니지만 잘 만든 깔끔한 소품이다. 메시지에 있어서나 배우의 연기에 있어서나 한철 장사에 발벗고 나선 10대코드에 맞춘 상업영화와는 구별된다. 그러나 흥행은 어떨까? 감성을 자극하는 갈등이나 스토리가 부족하고,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보이는 구석이 영화를 평범하게 한다. 부모님의 사랑이야기, 혹은 엄마의 사랑이야기라는 주제가 흥행코드와 맞지 않은 것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