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당신의 심장을 뛰게할 영화

이 영화는 이제까지의 영화와는 틀리다

5살 지능을 가진 스물살 자폐 청년의 이야기라면, "제 8요일"이나 "나의 왼발"같은 장애인이 등장한 특별한 영화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그 영화에서 그들은 한결같이 독특한 성격에 일반 여타 사람들보다는 능력이 떨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보다 더욱 뛰어난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서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또한 정상인과 화합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철저히 특별한 사건을 끼고 이어나가서 감동을 주고 한편으로는 슬프고 또 한편으로는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보편적인 할리우드적 화법에서 그들을 주인공으로서 녹여내는 것이다.

하지만 "말아톤"에서는 이런 전형적인 할리우드 화법을 배제한 채 철저하게 자폐청년인 초원의 일상생활을 가식 없이 솔직하게 묘사해 나간다. 눈물을 짜내게 하는 억지스런 장면이나 불쌍하게 여겨지는 장면을 삭제한 채 사실적으로 엄마와 초원이 그리고 동생과 아빠, 마라톤 코치의 관계 속에서 엮어나간다. 그만큼 이 작품을 만든 정윤철 감독의 사전 취재와 모델이 된 박형진 군과 감독이 동거동락한 과정이 충실하게 드러난다. 그만큼 과정도 생략도 없이 충실하게 그려나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이다

초원(조승우)은 5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짜리 자폐 청년이다.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하고 달리기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엄마 경숙(김미숙)은 초원의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과거 유명 마라토너이지만 현재는 술과 경마에 절어 근근히 살아가는 마라토너 정욱에게 초원의 코치를 부탁한다. 정욱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방을 치워주면서 간절한 부탁을 하는 경숙.

경숙의 끊임없는 지원과 초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욱은 건성으로 가리키기만 하고 나쁜 말을 일삼아서 초원이 따라하게 만드는 등 엇갈려 나간다. 하지만 경숙의 한결같은 노력과 초원의 남다른 재능에 정욱도 드디어 마라톤을 제대로 가르쳐 주기 시작한다. 초원을 가르치게 되면서 폐인 같던 정욱의 생활에도 성취감과 활력소가 찾아오게 되고 드디어 초원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게 해보자 하는 욕심이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경숙은 뒤늦게 초원을 억지로 운동시키고 내모는 자신의 욕심이 결국은 초원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빚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초원에게 마라톤을 그만두게 하는데....

말아톤의 영화의 백미인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초원은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춘천 마라톤 코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달리는 도중에 자신이 좋아하던 초코파이를 버리고는 스스로 좋아서 달려나간다. 그동안 엄마가 주는 초코파이 자장면 때문에 달려나가던 초원은 평생 처음으로 자신이 좋아서 달려나가게 된다는 것을 바로 초코파이를 버리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더니 얻게 된 것들

이 영화에는 놀랄만한 장면들이 숨겨져 있다. 다른 사람과 소통을 거부하고 음식물을 나눠먹지 않던 초원이 정욱에게 물을 건네는 장면, 바로 처음으로 의사소통을 자발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앞서 말한 초코파이를 버리는 장면... 이 장면은 일반 여타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싶은 일을 물질적으로 무엇이 주어져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 초원은 초코파이를 버림으로써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었고 거기에서 무한한 성취감을 느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진 사회에서 이 영화는 나보다 못난 사람이 인간승리를 이뤄낸다는 감동을 억지로 연출해 내려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나와 다르지 않은 초원이가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이뤄나가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