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텔무비 '돈텔파파' 관객은 이야기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우리가 영화를 예술로 분류하는 것은 영화가 상업적이기보다는 창의적 표현을 통한 메시지 전달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 역시 제작과 더불어 경제적 이익을 가져와야 하는 상업물이라해도 영화는 예술적 장르로 산업화되어야 한다.

철부지 아버지와 철든 아직은 어린 아들의 일상을 그린 ‘돈텔파파’는 ‘유머 일번지’, ‘아이러브 코미디’, ‘여고시절’, ‘열려라 웃음천국’ 등등 20여년간 안방 코미디만을 해온 이상훈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영화가 진정으로 영화답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전달이 있어야 한다. 전달, 바로 메시지이며 이는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이라고 여긴다.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주고 싶은 것 혹은 영화를 통해 느끼게 하고 싶은 것이 조금은 분명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돈텔파파’는 영화로 승화되지 못한 그저 이야기에 불과하다.

꾸며진 이야기의 시작과 배경

고등학교 시절, 소위 날나리에 속하는 철수(정웅인 役)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일찌감치 초원장에서 비행소녀 애란(채민서 役)과 몸을 섞는다. 아직 고등학생인 그들은 책임이라는 것을 알기도 전에 임신을 하고 화장실에서 애를 낳아 철수에게 퀵 서비스로 배달한다. 생명의 신비나 존귀함은 물 건너가고 철수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초원장에서의 금지된 정사를 통해 애 딸린 홀아비가 된다. 비행소녀 애란은 부유한 집안의 딸이라는 설정은 그녀가 학교 화장실에서 애를 낳고도 멀쩡히 유학을 가는 설정으로까지 몰고 간다. 초원장에서 낳았다하여 이름마저 초원(유승호 役)이 된 아들은 쇼MC인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생활하고 아빠의 직장이 곧 초원의 학교이며 생활이다. 성인나이트클럽의 분장실과 홀이 일상인 초원은 아버지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상스런 어투를 쓰는 것도, 말문을 열면 욕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남자와 여자는 부킹으로 만나야 되는 것도,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쳐야하는 것도 아들 초원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인 것이다.

‘돈텔파파’ 영화로 거듭나기

철부지 아버지와 태어나면서 어른이 되어버린 아들의 생활은 9년 전 아들을 퀵 서비스로 배달시키고 유학을 간 엄마 애란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고등학교 때의 비행소녀는 간데없고 모성애 강한 엄마가 등장한다. 이야기의 설정과 상황은 이미 정해진 것이니 그렇다 해도 아직 어린 아들 초원은 엄마를 만나면서 세상에 대한 시각과 성장의 과정을 거쳐야했다.

여자만 보면 정신 못 차리는 아빠를 위해 아빠를 ‘형’이라 부르면서 즉석 미팅을 주선해줄 만큼 초원은 세상을 아니 남자와 여자라는 관계를 너무 일찍 알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엄마 애란이 나타나면서 가장 혼란과 갈등과 정신적 성장 혹은 변화를 겪어야 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초원인 것이다. 초원의 혼란과 갈등은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길목에서 치러야하는 홍역 같은 것이다.

그 홍역을 초원이 치렀다면 아마도 ‘돈텔파파’가 이야기가 아닌 영화예술로 거듭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영화의 영화다움을 소원하며

감독은 ‘돈텔파파’를 통해 안방극장의 코미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위험수위 없는 연출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안방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구사하지 못했던 배설물을 영화 ‘돈텔파파’에 담아낸 것은 아니였을까?

그러나 우리가 영화를 예술로 분류하는 것은 진정으로 그곳에 이야기만이 아닌 창의적인 예술의 메시지가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관객층의 연령조차 낮아지는 요즘 한국영화의 진정한 영화다움을 소원해 보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