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는 독특하고 새롭다. 그러나....

- 스타일로 만든 한국액션영화의 가능성 형사 듀얼리스트

이명세 감독이 6년만에 돌아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이며 독특한 미장센 영상을 추구하는 그의 행보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형사 듀얼리스트는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기대작이다.

현재 허리우드식의 미국 액션과 와호장룡식의 중국 무협 액션, 그리고 일본의 사무라이 액션이 세계 액션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한국 액션 영화는 미미한 존재다. 액션 영화는 스타일이다. 라는 말은 액션이라는 장르에서 독창적인 스타일이 가지는 힘을 말해준다. 딱히 한국 액션 영화는 그 스타일을 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등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영화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국 시장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4천만의 인구로는 언제든지 문화시장이 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해야한다. 그리고 수출하기 가장 좋은 영화 장르는 바로 액션이다. 중국 영화가 무협과 쌍권총으로 세계 액션 판도를 바꾸었듯이, 일본 영화가 독특한 사무라이 영화로 매니아를 형성한 것처럼, 한국 영화도 한국스타일의 액션으로 세계시장으로 나가야만 한다. 싸구려 조폭 액션으로는 세계인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매료시킨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형사 듀얼리스트는 한국형 액션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영화의 성패를 떠나서 말이다. 적어도 스타일만큼은 살아 있고, 독창적이다.

여헝사 다모와 청부칼잡이의 대결

시중에 가짜 돈이 나돌아서 나라가 어수선해진다. 열혈 여형사는 조직을 뒤쫓던 중에 뛰어나고 매력적인 칼잡이 슬픈 눈을 만나게 된다. 그는 귀신같은 솜씨로 용의자들을 전부 죽이고 유유히 사라진다. 실마리를 찾던 포교들은 병조판서 대감이 이번 사건에 연류 되었다는 심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 여형사는 슬픈 눈과 대결을 펼치며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된다. 병판 조직의 역습으로 포교들은 죽고, 여형사와 슬픈 눈은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대결을 하게 된다.

아쉬운 스타일, 부족한 스토리

형사의 화면은 분명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본적이 없는 독특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이명세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와호장룡 류의 중국 액션에 비해서 동적인 감각은 떨어지지만 정적인 면에서는 부족하지 않다. 아쉬운 것은 스타일에 비해서 너무 스토리가 빈약하고, 독특한 영상 감각에 비해서 2시간을 이끌고 가는 감정의 흐름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명세 감독에게 뛰어난 이야기꾼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을 적재적소에 집어넣어서 2시간을 채워주는 조언자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감독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금은 스타일과 미장센에 치중해서 오히려 영화가 매끄럽지 않게 되었다. 재료 반, 양념 반으로 만든 영화다. 이렇게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스타일과 미장센을 위한 스토리를 뽑아 쓰다보니 전체적으로 구성이 엉성해졌다. 그래서 감정의 흐름과 기복을 끊게 된다. 때문에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대중의 폭발적인 기대를 불러오기에는 미흡하다.

하지만 독특하고 새로운 영상과 스타일을 원한다면
화면이라는 캠퍼스에 자신 있게 한국 수묵화를 척척 그려내는 작가를 보고 싶다면 실망하지 않을 영화다. 진한 아쉬움은 반드시 남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