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잃어버린 우리시대 청춘의 자화상

<내청춘에…>는 청춘세대를 소재로 한 청춘영화다

<내청춘에…>는 청춘의 속성을 보여준다. ▶연극과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휴학생 정희(김혜나) 21살. 섹스만 원하는 애인, 15년만에 나타난 무책임한 아버지, 사기당한 전세값.. 이 모든 현실을 잊어버리고 극중 인물 에비타로 살고 싶다. 정희에게 청춘은 혼란스러움이다. ▶전화국 비정규직 직원 근우(이상우) 26살. 꿈도 없고 회사의 파업도 남의 일 같은 그는 전화통화를 엿듣다 그 여자를 찾아가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근우에게 청춘은 무모함이다. ▶한때 독문과 박사과정 학생이었으나, 지금은 서른 살의 늦깎이 군인 인호(김태우) 32살.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취업을 고민하는 그에게 아내는 다른 남자가 있다고 한다. 그에게 청춘은 무기력함이다.

<내청춘에…>는 청춘의 불확실성을 다룬 영화다

청춘영화의 고전적인 코드 <비트 1997>은 위태로운 청춘의 나날들과 자신의 운명에 온몸으로 대항하여 피흘리는 영화다. 한편 <마이제너레이션 2004>은 가난과 카드빚에 쪼들리며 살아가는 비참하고 리얼한 청춘을 그렸다. 이들 청춘영화에 비해 <내청춘에…>는 청춘에 저항하는 무모함도 현실에 무너지는 비참함도 없다. <비트>가 허무주의를 <마이제너레이션>이 패배주의를 그렸다면 <내청춘에…>는 불확실성을 다루고 있다. <내청춘에…>는 불확실한 현실에 놓여있는 열정이 없는 회색주의를 그리고 있다.

<내청춘에…>는 시대가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

진로가 불확실한 휴학생 정희, 직장폐쇄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 근우, 박사과정도 취업도 불투명한 인호.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젊은세대가 처해진 현실의 한가운데에 있다. 시대와는 다소 동떨어진 <비트>나 현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마이제너레이션>과 달리 <내청춘에…>에서는 시대가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 침묵하고 있으나 이들을 규정하는 저변의 상황으로 존재한다. 우리세대의 청춘들은 더 이상 현실에 분노하거나 열정적으로 대항하는 것을 잊어버린 듯하다. 정희, 근우, 인호는 이렇듯 자신들을 규정하는 현실에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놓여있는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일 수 있다.

<내청춘에…>는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다

스토리라인에서 연관이 없는 3개의 에피소드는 일상에서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책속에서 돈을 찾는 정희의 에피소드는 인호의 에피소드에서 다시 차용되고, 근우의 노래방 구타사건은 인호의 에피소드에서 라디오뉴스로 흘러나오고, 근우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생각’이란 노래가 인호의 에피소드에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철로의 이미지는 3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불확실한 현실 속에 놓여있는 청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매개체이다.

<내청춘에…>의 추천대상과 비추천대상

추 천 대 상 : 홍상수류의 일상성의 영화를 즐기는 사람. 화려한 상업영화를 피해 잠시 쉬고 싶은 사람. 독립영화류의 작가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단비처럼 여겨질 수 있다.

비추천대상 : 옴니버스형식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 잘짜여진 구성과 연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흥미롭고 긴장감있는 스토리를 즐기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는 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