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영화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망하거나 뜨거나
역대의 댄스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항상 중간 타작이란 게 없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흥행하거나,
아니면 졸작에 졸작이란 소릴 들으면서 망하거나 했다. 전자에 해당되는 게 <더티 댄싱>, <쉘위
댄스>, <플래시 댄스>, <코요테 어글리>, <빌리 엘리어트>라면 후자에 해당되는 게 <더티댄싱
2>, <스티립티즈>, <열정의 람바다>, <댄스 위드미> 등이 있다. 그만큼 댄스라는 소재는
다루기도 힘들뿐더러 잘만 만들면 대박의 흥행 요소가 분명히 있는 흥겨운 소재임에는 확실하다.
여기서 성공한 댄스 영화를 보자면 거기에는 춤을 완성시키기 위한 인물들 즉 주인공들의 노력이
무척이나 들어가 있고, 그 안에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과 또한 춤을 추는 파트너를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감동이 무척이나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망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인물간 갈등도 춤을 완성시키기 위한 노력도 허술하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라스트
씬에서 주인공들이 멋들어지게 춤을 춰도 감동이 안 와 닿는다.
문근영을 위한 영화이다.
중국 연변에서 온, 장채린은 연변 댄스 경연대회에서 일등한 언니를 사칭하여 대신 한국에 온다.
하지만 춤에 초짜인 그녀는 자신을 파트너로 초빙한 마선생이나 영새의 기대를 한꺼번에 무너뜨린다.
결국 단란주점에 팔려 슬픈 인생을 시작할 뻔한 그를 영새는 다시 데려오고 초짜인 그녀에게 삼개월
후 전국 댄스 스포츠 대회에 같이 나가자면서 춤을 사사한다. 파트너로서 춤을 추게 되면서 서로
알게 모르게 사랑에 빠져 가게 되는 영새와 채린..
하지만...그녀의 불안정한 신분을 위협하며 댄스 스포츠 협회 회장 아들인 정현수가 그녀를 자신의
파트너로 뺏어가려 하는데...
실제로 댄스 스포츠를 6개월 넘게 발톱 빠져라 배웠던 문근영은 마지막 라스트씬까지 그럴듯하게
춤을 춘다. 영화 내내 그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소녀처럼 가냘프게 우는 연기에는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게 아쉽다. 마치 최근에 혹평을
받고 조기 종영된 이효리의 "세잎 클로바"를 보는 듯한 아쉬움이 들었다. 문근영이란 배우를 쓰면서도
최대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지닌 X- FILE에 있다.
필자는 보는 내내 이 영화가 지닌 풀리지 않는 의아함 때문에 괴로웠고 영화에 몰입할 수 없었다.
"댄서의 순정"에 나오는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들
먼저 마선생, 제임스 마의 행적이다.
마선생은 처음에 영새를 위해 채린을 데려오고 나서는 그녀를 영새가 재기할 수 있도록 파트너로
붙여준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를 다시 실세 스포츠 댄스 선수 정현수에게 팔아버린다. 왜 그랬을까?
돈 때문에? 그렇다면 애초에 왜 그녀를 돈을 주고 데리고 온 걸까? 그리고 이후 영새는 마선생과
연락도 하고 잘 지낸다. 자신을 배신한 그와 왜 연락을 하고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낼까?
두 번째 미스테리
스포츠 댄스 스텝도 모르는 여자가 3개월만에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된다? 정말로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이렇게 대단한 미스테리는 국내 영화에서 처음 시도됐다. 문근영도 이 영화를 찍느라 6개월 넘게
댄스 스탭을 밟았다. 하물며 어릴 때 가무단 조금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창채린이 갑자기
3개월만에 발레의 고난도 동작을 응용하여 댄스 스포츠 제일인자가 되다니.. 이건 정말 춤을 업으로
평생에 걸쳐서 몇 십 년 동안 완성도를 높이시는 분들께 한숨 나오게 할 일이다. 게다가 춤한번으로
신데렐라의 위치에 서서 갑자기 명품 옷이나 두르고 스카이 라운지에서 밥먹고 목걸이나 받는 상황들은
전혀 어불성설한 씬들이다. 선수권 대회에서 떨어지고 나서 그 후에 차라리 연습하는 장면을 넣어주는게
현실적이다. 람보도 전직 그린 베레여서 그렇게 총을 잘 쐈고, 다이하드의 부르스 윌리스는 형사였기
때문에 액션이 되었고 셀위 댄스의 춤선생님도 전직 국가 대표 선수였기 때문에 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효리도 데뷔전에 3년 간 무명시절 데뷔 후 5-6년 간 춤을 추었기
때문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이다.
3개월만에 대한민국 최고의 댄스 스포츠 선수가 된다니......정말로 대단한 엑스 파일이다.
차라리 더티 댄싱에서 마지막 행사를 위해 준비하던 소규모 사교춤 같은 작은 소재를 택했더라면
더 나았을 텐데..
그리고 또 미스테리
언니 행세를 하는 채린은 한번도 막힘 없이 걸리지 않는다. 분명히 쌍둥이도 아니고 얼굴이 다른데도
언니 사칭을 하고 다니면서 종횡무진 잘 다닌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허술한 국가였단 말인가!
이외에 스포츠 협회장 아들이어서 일등을 하고 경쟁자 라이벌의 다리를 두 번씩이나 부러뜨리고
그리고도 경찰에는 경쟁자 영새가 잘못했다는 헛소리를 하고 조폭을 사주하고 다니는 정현수라는 춤의
제일인자는 대체 어떤 캐릭터란 말인가! 협회장 아들이 일등하는게 당연하며 조폭을 사주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
이제까지의 진정한 경쟁자는 실력에서 보여줬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배경을 앞세워 일등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현실에서도 들은 적이 없는 치졸한 배경이다. 후우 한마디로 영새역을
연기한 뮤지컬 스타 출신 박건형의 연기와 춤실력이 아깝기만 했다. 어린 신부 이후 작품성 위주로
고른다는 문근영....하지만 아직 보는 눈이 완전하게 길러진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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