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불편한 그러나 새로운 감수성

불편하고 종잡을 수 없이 황당한 ‘귀여워’

우선 ‘귀여워’라는 제목부터가 영화내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불편했다. 풀어서 해석하면 ‘우리 순이는 귀여워’ 쯤 되겠다. 그게 영화와 무슨 상관? 여전히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다.‘한 여자를 두고 아버지와 배다른 세형제가 벌이는 애정행각’이라는 소재도 불편하다. 소재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패륜적인 집안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의 상식적이지 않은 화법이 불편하다.

‘귀여워’는 난해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도대체 이 영화는 무슨 영화인가?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영화의 주제나 감독의 의도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 결정적으로 불편하다. 이 영화는 코미디인가, 아닌가?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나? 종잡을 수 없는 장르가 다시 불편하게 한다.

‘귀여워’에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는 ‘귀여워’는 1년 가까이 개봉을 미룰 정도로 열심히 만든 영화다. 흥행과 상업성, 혹은 대중적 호응은 염두에 두지 않은 신인감독의 용감한 데뷔작이다. 흥행에 목숨을 거는 일련의 영화들과는 제작의도나 출발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이제까지의 어떤 영화와도 다른 자신만의 색깔과 분명한 개성이 ‘귀여워’를 독특하게 한다.

몹시 산만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새 종잡을 수 없는 이 황당함 속에 빠져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영화의 균형감과 연출의 디테일함이야 말로 ‘귀여워’가 섣부른 실험영화와 구별되는 이유다. “실험영화란 단지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 미적으로 성공한 완성된 실험일 때 의미가 있다”(프랑스의 저명한 실험영화감독이자 파리8대학 영화학과 교수인 클로딘 에이지크 만, 기피만 부부)

‘귀여워’의 매력, 불온한 상상력과 도발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모든 요소야 말로 감독이 의도했던 전복과 도발이다. 부자간의 패륜적인 애정행각을 이토록 유쾌하게 그릴 수 있다! 이들 부자 사이를 오가는 순이는 발랄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묘사된다. 이들은 기존의 어떤 정형화된 캐릭터와도 구별되면서 우리의 상상력을 전복시킨다.

김수현 감독은 ‘길 위에 사는 사람들의 거칠고 쓸쓸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하는 이 감독이야말로 새로운 방식의 영화보기를 선사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보는 방식, ‘귀여워’가 사랑을 말하는 방식은 정말 낯설다. 이 낯설음이야 말로 우리영화의 다양성을 추가하고 새로운 지평을 넓히는 시도일 것이다.

'귀여워’의 추천대상과 비추천대상

추천 대상 : 흥행영화, 상업영화에 식상한 관객 / 영화의 주제나 메시지를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 / 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보지 않는 사람 /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사람 / 폐인적인 일상생활, 귀차니스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 / 그 외에 세상을 다르게, 혹은 삐딱하게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