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달콤하다??

달콤한 인생이라 이것만큼 모순인 명제가 있을까
그 누구의 인생도 달콤하지만은 않다. 달콤하다가도 쓰디쓴 맛에 울면서 눈물 섞인 빵을 아니 밥을 목에 메게 구겨넣는게 보통의 인생이다. 재벌에서부터 돈 없는 실직자까지 누구나 그러하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김지운 감독의 영화도 영어 제목은 "Bittersweet life"이다. 즉 쓰면서도 달콤한 인생이란 뜻이다.

한국명 제목은 달콤한 인생이지만, 영화는 절대 달콤하지가 않다. 처음서부터 끝까지 쓰디쓴 인생의 이면을 들여다 보여준다. 그것도 조직의 넘버 투의 일상을 통해서.

선우 역에는 이병헌만이 소화해 낼 수 있다

호텔 매니저이자 조직의 넘버 투 김선우(이병헌 분)는 호텔이나 그 지하 룸살롱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조직원들의 혈투까지 자신의 주먹으로 책임져야만 하는 무거운 일상들이 어깨에 걸려 있다.

달디단 케이크를 먹다가도 주먹에 피를 묻혀야만 되는 그, 사랑도 여자도 조직의 일에 묻혀서 잊은 지 오래다. -참으로 멋진 캐릭터이다. 여자를 모르는 남자. 하지만 잘생기고 또 쌈도 잘하고 미소년인 듯한 김선우, 하지만 약간은 비현실적인 인물 같은 느낌도 주지만 뭐 영화니까.

선우는 조직의 보스가 출장을 간 사이 그의 젊고 순수한 여인 희수(신민아 분)를 감시하고 만약 그녀가 바람을 피울시 즉각 보고를 하고 바로 처리 즉 골로 보내도 좋다는 명을 받는다. 선우는 삼일동안 그녀를 감시하면서 그녀가 첼로를 연주하는 과정을 보고서 그만 감동을 받는다. -사실 이 장면은 감동이라기보다는 선우의 마음전체가 움직였다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장면이 바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고 그 많은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원동력이니까.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순수한 희수를 보고 마음이 동요되는 그, 희수가 바람을 피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보스에게 보고하지 않는 불상사를 저지른다.

김지운 감독은 선우 역에는 인생의 정점에서 나락까지 단숨에 떨어지는 연기를 즉시 얼굴 표정에 담을 수 있는 이병헌만이 가능하다고 고집했다고 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드라마 "올인"에서, 그리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은 인생의 막장에서 비운을 가득 담은 얼굴 표정으로 한껏 처절한 연기를 펼쳐 나간다. 그리고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면서 눈물샘을 터뜨려 버린다. 참으로 잘생겼으면서도 인생의 다이내믹한 모습들을 면면이 담아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라고 본다. 이후 선우는 보스에게 버림받고서 죽을 뻔한 몇몇 과정을 거쳐서는 드디어 탈출을 감행한다. 바로 여기서 그 멋진 불붙은 각목 다구씬 즉 싸움씬이 멋지게 펼쳐진다.

궁금하시면 영화를 보시라.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액션은 멋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본 듯하다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본색의 장국영이 죽어가면서도 사력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나, 영웅본색에서 그의 와이프가 멋지게 첼로를 켜는 장면 등이나 등등의 많은 장면들이 달콤한 인생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김지운은 그것을 자신만의 장면으로 다르게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희수가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은 선우의 뒤통수를 통해서 그려지고 전화를 거는 장면은 선우의 가슴에서 피가 솟아 흐르는 장면에서 그 느낌이 전달되어 진다. 화면을 사선에서 또는 선우의 얼굴에 극 클로즈업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또는 유리창에 비친 선우의 모습에서 그리고 선우의 뒤통수에서 희수의 시선으로 등등 색다르게 그려내는 촬영 각도와 미장센은 김지운의 독특한 영화로 보여지기에 충분했다.

이외 "선수끼리 왜 떨고 그러세요."
"이 바닥이 원래 백가지 잘하다가도 한가지 잘못하면 바로 나락으로 추락하는 데야."
등등의 인생을 통찰하는 듯한 대사는 묘한 여운과 함께 영화의 맛을 더해준다.

재밌으면서도 인생의 달디달면서도 쓴 면면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