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나약해진 '공공의 적2', 우리는 형사 강철중이 그립다.

1-1. 도덕적이지 않은 권선징악의 역설 <공공의 적1>

1000만 관객몰이를 한 <실미도>를 포함해서 강우석감독의 영화 중에 <공공의 적1>을 가장 잘 만든 영화, 작품성을 논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왔다. “악은 반드시 응징된다는 것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도덕교과서 처럼 교훈적인 방식이 아닌..” 영화에 대한 감독의 의도가 특별히 마음이 들었고, 영화는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살려냈다. ‘도덕적인 방식이 아닌 권선징악’이라는 역설을 제대로 그려낸 <공공의 적1>은 독특한 형사범죄 드라마였다.

1-2. 정경유착에 맞서는 정의사회 구현 <공공의 적2>

그런데 공공의적2는 어떤가? 정경유착에 대한 장황한 설교(우리는 이미 이것에 신물이 나있다)와 그에 맞서 기득권을 때려부수는 정의구현의 드라마가 바로 <공공의 적2>이다. 선의 이분법을 장황하게 설파하고, 대단히 단선적으로 영화를 이끌고 있다. 강철중검사에서 부장검사에 지검장까지 자리를 내놓고 악을 소탕하려는 굳건한 의지에 이르면 차라리 한편의 코미디다! 언제부터 우리의 검사조직이 이렇게 인간적이었나?

2-1.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형사 강철중

마약을 빼돌려 업자들에게 되팔기도 하는 형사 강철중은 세상살이가 귀찮고 삶의 활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말종이며 하는 짓은 깡패와 구별되지 않는다. 책상에는 사무용품 하나 없고 오직 주먹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그는 경찰이면서 사회제도에 순응하지 않는 개성적인 형사캐릭터다. 파렴치한 ‘공공의 적’에 무기력한 법제도를 보면서 우리는 때로 힘과 폭력을 쓰고 싶은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강철중은 우리의 이런 심리를 대변하는 카타르시스였다.

2-2. 교과서적인 정의를 외치는 검사 강철중

검사로 승진한 강철중은 어떤가? “이런 놈 못잡으면 검사질 못합니다. 쪽팔려서요” 할 말못하고 할 도리 못하면 검사질 안한다는 이 얼마나 정의로운 인간인가! 시종일관 눈에 힘주고 교과서적인 윤리를 읊어대고 시도때도 없이 정의를 부르짖는다. 이 정의의 검사를 부장검사에서 지검장까지 보호하고 지원하니, 정치적 외압은 오히려 강검사의 의협을 빛내는 시련일 뿐이다. 최고권력 계층인 강검사의 정의로운 한판승을 보면서 우리는 형사 강철중이 그립다.

3-1. 소름끼치는 악마적인 인간, 조규환

“사람이 사람 죽이는데 이유가 있냐” <공공의 적1>의 조규환(이성재)은 겉으로는 성공한 펀드매니저지만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는 존속살해 패륜범이다. 이성재는 악의로서의 사악함을 훌륭히 소화해냈고, 이러한 이중성은 설경구와의 두뇌싸움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법으로써 응징할 수 없는 공공의 적에 우리는 분노했다. 나쁜 놈 천지인 세상에서 그를 공공의 적으로 승인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중성에 있다.

3-2. 지나치게 완벽한 공공의 적, 한상우

한상우는 조규환과 마찬가지로 돈 때문에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돈세탁, 공갈협박, 뇌물, 재산해외유출 등 보다 강력해진 공공의 적을 연출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나쁜 놈이다. 그리고 그 보다 훨씬 나쁜 놈들이 날마다 9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한상우는 공공의 적으로 승인될 만한 이중성을 갖추지 못했다. 한상우는 검사 강철중과 마찬가지로 밋밋하고 단선적인 캐릭터의 실패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