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을 너무 쉬게 보는거 아냐!

- 너무 쉽게 가버린 공공의 적2

강철중 형사를 기억하는가?
경찰같지 않으면서 경찰,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고 엉뚱하고 약간은 비리도 있는 강력반 경찰, 그러나 끝내는 서민에게 돌아와서 공공의 적을 소탕하던 강형사. 그 형사가 이번에는 강력반 검사가 되어서 돌아왔다. 그리고 공공의 적은 더 강해졌다.

공공의 적2는 전편의 매력을 안고서 출발한 영화다. 설경구의 연기야 정평이 나 있고, 강우석 감독의 명성도 역시 알아준다. 시리즈물의 법칙에 충실하게 더 강하게, 더 세게 밀고 나갈 준비도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쉽게 가느라 덜 웃기고 덜 재미있고, 덜 감동스럽다. 감독이 할 말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공공의 적을 잡는 열혈 강검사

투철한 직업 의식을 가진 강철중 검사는 조직 폭력배를 검거하는 공을 세우지만 과잉 수사와 투철한 의협심이 문제가 되곤 한다.

한편 막대한 재산을 가진 명선대재단의 이사장인 아버지는 의문의 심장마비, 형은 교통 사고를 당하자 명선 재단은 둘째 아들에게 넘어가고 그는 오천억이 넘는 재산을 해외에 빼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치권에 줄을 대고 방송과 언론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인물로 부각된다. 명선의 충직한 임원은 검찰에 수사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강검사는 본능적으로 큰 건이란 사실을 알고 수사에 착수하는데 윗선에서의 압력이 들어오고 수사는 미궁을 헤메게 된다. 이때 강검사를 노리는 청부살인이 벌어지고, 강검사의 수사관이 대신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부정과 부패를 일삼으면서 깨끗한 척하는 재단 이사장에게 법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강검사, 법보다 돈이 최고라는 재단 이사장과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이 벌어진다.

구도에 문제가 있다

이 영화는 분명 전편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어질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너무 쉽게 안일하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강철중이 힘없는 형사로 나와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끝내 공공의 적을 잡아낼 때는 관객들이 열열하게 호응하겠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검사가 되어서 거침없이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에 재미를 느낄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전편의 형사가 갑자기 검사가 된 것일까? 검사가 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에서 검사는 분명 힘센 사람들이 아닌가? 당연히 정의를 실천해야 할 사람들이 정의를 실천하는 것에 감동할 관객이 있겠는가?

아마도 더 큰 공공의 적을 잡기 위해서 경찰보다는 더 힘이 센 검사가 주인공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이건 큰 실수다. 관객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주인공을 보면서 박수를 치는 것이지, 힘을 가진 자가 힘을 올바르게 쓰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전편의 좌충우돌 형사 강철중이 그립다. 게다가 전편의 맛깔스러운 조연들도 여기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깔끔한 검사의 주변 인물들이 오죽하겠는가!

공공의 적이 워낙 많아야지

주인공과 대적하는 안타고니스트도 너무 짜잘하다. 적어도 대한민국 검사에 대적할 정도면 부모 형제 죽이고 오천억 정도를 해외에 빼돌리는 악당으로는 부족하다. 대한민국에 공공의 적이 워낙 많아야지. 애초부터 좀 더 크고 힘센 악당이 설정되었어야 한다.

영화는 출발부터 너무 쉽게 가려는 경향이 많았고, 패러디도 아니고, 풍자나 위트도 부족한 이상한 코메디 영화가 되었다. 대한민국 검사식이나 되어서 뭐가 아쉬워 저렇게 지지리 궁상을 떠나 싶은 관객들이 많았다.

사실 검사는 한국에서 그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넘버3의 최민식 정도가 서민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이런 검사를 이렇게 쉽게 접근하고 캐릭터를 만든 것은 아닐함 그 자체다.

현 세태를 비판하는 것도 영화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무시한 접근이다. 이 정도로는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택도 없다. 워낙 많은 공공의 적들에게 길들어져 있는 관객들이 아닌가!

관객들이 보고 싶은 것은 목에 힘 주고 다니는 강철중 검사가 아니다. 좌충우돌 진짜로 힘쓰는 강철중 형사다. 이번 공공의 적도 역시 강철중 형사가 잡았어야 한다. 강철중 검사가 아니고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검사가 맘먹으면 안 되는 일이 없지 않나! 영화가 대박나게 하는 일만 빼고 말이다.

하여간 한국 영화가 위기는 위기인 모양이다. 이런 안일한 형태로 계속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위기는 현실이 되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