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공공의 적인...

공공의 적 1은 분명히 성공적이었다

몇 년 전에 절찬리에 상영됐던 공공의 적1은 흥행도 좋았고 사회적 메시지도 분명히 있었다. 비록 잔혹한 장면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까지 생각했던 경찰의 캐릭터를 정반대의 모습에서 아주 아주 재밌게 표현해주었고 뒤통수를 치게할만한 멋진 장면들도 간간이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공공의 적2에서는 적잖이 실망스런 구석들이 많았다. 일단 새로운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결점이다. 일편과 똑같은 돈 많은 존속 살해범에 캐릭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일편보다 더 가공적이고 이 세상에 없을 법한 철저한 악인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어 냈다. 돈 많은 악인이 진정으로 무서운 건 그들이 내면 깊은 곳에 잔인함을 감춰두고 있을 때이다. 영화처럼 담배꽁초 버렸다고 해서 바로 차로 치어 버리고, 거래하던 기업인을 바로 린치를 가해버리고 이건 잔인함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움이다. 잔인하지도 않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유아적 행태를 보여준다. 따라서 실재로 존재하는 모델이 아니라 허공에 붕떠버린 인물이 되어버린다.

그에 맞서는 강철중 검사(설경구)는 또 어떠한가. 너무나 정의 사회구현에 힘쓰는 그, 이번에는 검사라 싸우는 화끈한 장면도 없고 대사로만 정의를 외치고 동료 검사와 언쟁을 벌이다가 막판에 가서 범인을 아주 쉽고 허술하게 잡으러 나간다. 정말이지 김이 팍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스토리 라인도 문제가 있다

강철중 검사는 고등학교 시절 황태자였던 사학 재벌의 아들 한상호가 존속 살해와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점을 감을 잡아내고는 본격적으로 조사에 돌입한다. 하지만 한상호를 둘러싼 정치권 검찰권의 비호에 그는 장벽에 가로막히고 자기대신 부하가 죽게되는 비극을 경험한다. 강철중 검사는 한상호를 상대로 한판의 승부를 걸게 되는데...

왜 공공의 적1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왔는가. 할리우드 액션영화 시리즈의 경우 등장인물은 그대로 둔 채 스토리 라인과 구성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즉 새로운 것을 돈을 주고 보러온 관객을 위해 철저한 팬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관객들은 일편의 답습을 보러온게 아니라 색다른 또 다른 재미를 찾으러 온다. 이게 바로 돈주고 보러오는 영화의 기본이다. 하지만 공공의 적2는 설경구가 경찰에서 검사로 바뀌었을 뿐 스토리 라인은 너무도 똑같다. 반전도 전혀 색다를 게 없고 마지막 서비스 신도 거의 흡사하다.

왜 같은 영화를 또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간다. 게다가 대사는 너무도 의아한 은유와 비유에 의해 허공에 붕떠있다. 전편의 살아있는 활기찬 대사와는 사뭇 다르다. 중요한 시점에서 "홍길동이 어버이를 어버이라 부르지 못하고.." "고구마 줄기처럼 쑤욱 나와야 한다"는 등의 80년대 은유법들은 정말이지 이 영화가 현재의 시점을 가장 잘 반영한 영화가 맞는지 의아하게 만든다.

한국 영화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인간의 생활을 다각도로 관찰한 휴머니즘적 발견을 무시한 공공의 적2는 한국 영화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무조건 스타캐스팅과 물량공세를 펼치면 되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는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홍콩 영화계도 할리우드 영화계도 이미 무수한 인적 자원 손실을 겪으면서 비싸게 값을 치렀다. 한국 영화계도 달라져야 한다.관객이 원하는 다양한 영화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발난 스토리 그리고 감동을 주는 영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