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균동 감독, 이정재·김석훈·김옥빈 주연 <1724 기방난동사건> 언론시사회

이정재, 김석훈, 김옥빈 주연의 코믹 액션 사극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 여균동, 제작 싸이더스FNH·공동제작 배우마을)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언론시사회를 갖고 그 실체를 공개했다.

2005년 소규모로 개봉한 <비단구두> 이후 3년 만인 여균동 감독은 상영에 앞서 "아무런 메시지도 생각도 없는 영화다. 그냥 재미있게 즐겼으면 좋겠다"라며 인사한 뒤, "요즘의 흔한 조폭 이야기나 건달 이야기가 분명히 조선시대에도 있었을 것이다는 것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며 "속칭 건달들의 ‘나와바리’(영역) 전쟁이자 가오 잡는 이야기이다. 지금으로 치면 누가 전국구를 먹을 것이냐, 누가 조선 최고의 주먹이 될 것이냐는, 기생집을 둘러싼 사나이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여 감독은 이어 "늘상 보던 구조와 스토리 방식이 아닌 좀더 독특하고 멋있고 처음 본듯한 그리고 이질적이지 않고 친근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양주골의 두목인 '짝귀'로 출연하기도 한 여균동 감독은 "싸우고 액션은 처음 찍어봤는데 어릴 때 하는 전쟁놀이하는 것처럼 굉하지 신났다"며 "와이어를 달고 날아보니 중국 영화 별 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의협심이 강한 마포 저잣거리 건달 천둥 역을 맡은 이정재는 "이전까지 깔끔하게 떨어지는 역할이었는데 그런 역할이 재미가 썩 있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확 풀어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며 "대부분의 액션신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고속촬영을 했다. 그래서 실제 배우들은 천천히 액션을 하게 됐고 특별하게 다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데뷔 10년 만에 첫 악역연기에 도전한 김석훈은 "그동안 강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다"며 "멋있는 역할보다는 좀더 강한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그때 이 작품을 만났고 '이 캐릭터를 독특하게 소화해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석훈 이어 "악역이라고 하면 대부분 강하고 포악스럽고 남성스러운 이미지로 굳혀진다. 그래서 과연 이번 역할을 어떻게 하면 독특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의상은 물론 머리, 장신구 등을 이용해 나름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독특한 말투에 대해서는 "그런 고민 끝에 남자다운 조폭보다는 이상한 목소리를 찾아본 것"이라며 "처음보다 촬영해 가면서 캐릭터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명월향 최고의 기생 설지 역의 김옥빈은 "설지는 굉장히 내공이 센 캐릭터여서 평소 말투를 쓰게 되면 내공이 세거나 성격이 있는 여자로 보이지가 않아 끝까지 사극톤으로 유지했다"며 "그래도 사극 연기를 너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시대에도 현재의 조폭이나 건달과 같은 세력들의 영역 싸움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은 마포 저자거리의 건달로 ‘의’ 하나만큼은 절대적으로 지키며 살아가는 천둥(이정재)이 어느 날 마포 선술집 명월향으로 잘못 온 조선 최고의 기생 설지(김옥빈)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게다가 뜻하지 않게 조선 주먹계의 대부 양주파 두목 '짝귀'를 쓰러뜨리면서 주먹 명월향의 주인이자 야봉파의 두목으로 전국의 조직을 평정하려는 야심가 만득(김석훈)과 어쩔 수 없이 대결하게 된다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기존의 무게 잡는 사극이 아닌 화끈하고 통쾌한 오락영화의 본질에 더 다가가는 영화는, 조선시대에도 주먹들의 영역 다툼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나름 신선한 발상과 사극에서 이제껏 보지 못한 독특한 캐릭터만큼이나 배우들의 화끈하게 제대로 망가진 연기, 그리고 유치하지 않게 만들어낸 여균동 감독의 녹슬지 않은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와 재미를 갖췄다. 여기에 컴퓨터그래픽과 와이드한 렌즈를 활용한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비주얼의 액션신과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의상과 배경, 말투와 분위기가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김석훈의 재발견’이다. 긴 머리, 기괴한 액세서리와 튀는 의상 등 외모는 물론 여성스러운 말투와 손짓으로 야심이 많은 악역이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코믹 포스를 한껏 뿜어내는 김석훈의 악역 연기는 일품이다. 영화 내내 웃는 표정으로 기절해 있는 짝귀로 출연한 여균동 감독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반면 주인공 캐릭터는 다소 전형적이며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 전개가 뻔하게 흘러간다는 점은 아쉽다.

신선한 시도와 발상으로 기존 사극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1724 기방난동사건>은 15세 관람가로 12월 4일 개봉한다. [1724 기방난동사건]

2008.11.1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