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1993)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투게더>(2002) 이후 3년만에 작품을 선보인 첸 카이거 감독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열성과 열정을 보고 기쁘고 흥분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감독은 "<무극>은 매우 독특하고 뜻깊은 영화"라며 "아시아의 여러 국가 배우들과 작업을 했기 때문에 아시아의 영화이며 이를 통해 아시아의 여러 문화를 합칠 수 있고 그 합친 힘을, 또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대해선 감독은 "마음의 자유를 말하고 싶었다"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각자 다른 욕망이나 야망, 증오에 갇혀있는데,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자유로운 마음을 가져야만 자기의 운명을 변화할 수 있다. 장동건이 맡은 쿤룬만이 유일하게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운명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마법의 판타지 세계 속에서 관객들이 현실적인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감독은 장동건에 대해 "장동건은 한국의 배우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배우"라며 "한국 관객들은 장동건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장동건 때문에 900만 명이라는 사람들이 중국 극장으로 몰렸다"며 추켜세웠다. 또, "인간적으로 아주 좋은 사람이고 연기자로서도 프로정신이 뛰어나고 겸손하면서도 위엄을 지닌 사람"이라며 극찬하고 "또 흥미로운 이야기꺼리가 있다면 당연히 다시 같이 작업을 할 것이다"며 장동건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표시했다. 한편, 감독은 "중국에서 상영된 버전보다 더 짧다"며 "이미 해적판 DVD가 나와있어서 다른 버전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2001)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장백지는 "다시 한국에 오게 돼 기쁘고 흥분된다"며 "<파이란>을 찍을 때는 초라한 옷을 입고 비자도 없이 불법적 들어온 상태라서 경찰들이 경계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화려한 옷을 입고 떳떳하게 방문하니 경찰들도 손을 흔들면서 나를 공주처럼 대해주더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녀는 "<무극>은 단순히 영화 한 편이 아니라 제 혼과 사랑을 담은 영화"라고 덧붙였다. 대장군 ‘쿠앙민’ 역으로 출연한 일본의 유명배우 사나다 히로유키는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서로 배워가면서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동건과 함께 중국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는 "중국어 연기가 어려웠던 것 사실이다. 그래서 리허설 때는 긴장을 많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할 때는 외국어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며 "왜냐면 그 연기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었고 배우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문화와 언어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벽이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우리는 너무나도 좋은 관계로 발전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영화 <무극>은 전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시간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대륙을 배경으로, 빛보다 빠른 발과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노예 ‘쿤룬’(장동건 분)과 절대미(美)를 얻은 대신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왕비 ‘칭청’(장백지 분), 그리고 야망을 가진 쿤룬의 주인이자 대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 사이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과 이들을 증오하는 ‘북공작’(사정봉 분)과의 잔인한 운명과 대결을 그린다. 어린 시절 운명의 여신과 약속(절대미를 얻는 대신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한 왕비 칭청은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쿤룬이 아닌 쿠앙민 장군으로 알고 운명을 거슬러 장군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쿤룬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자신이 모시는 장군과 사랑에 빠진 그녀를 안타깝게 곁에서 지켜보기만 한다. 그리고 패배를 모르는 장군 쿠앙민은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 운명의 여신의 예언을 강하게 거부하며 그녀의 사랑뿐 만 아니라 모든 것을 쟁취하려한다. 하지만 북공작의 함정에 빠져 위기에 처하게 되고 칭청은 또다시 황금빛 새장에 갇히게 된다. 한편, 쿤룬은 북공작의 자객인 검은 늑대와 싸우면서 자신이 검은 늑대와 같이 빛보다 빠른 발을 지닌 설국인(雪國人)임을 깨닫고 노예가 되기 전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내고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하는 ‘칭청’이라는 것을 다시금 절실히 깨닫는다. '설국 출신의 노예가 운명을 거슬러 세상을 바꾼다'는 프롤로그의 설명처럼, 잔인한 운명(절대미를 얻는 대신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다)을 지닌 왕비를 위해 자신의 초인적인 능력과 희생을 하는 노예 '쿤룬'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다. 또, 각자의 정해진 운명과 스스로의 깨달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운명을 주인은 바로 자신이며 때론 운명은 의지로 뛰어넘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와호장룡>로 아카데미 촬영상과 미술상을 각각 수상한 피터 파우 촬영감독과 티미 입 미술감독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공간과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 그리고 한·중·일 3개국 배우들의 열연을 돋보인다. 특히 장동건과 함께 사나다 히로유키의 완벽한 중국어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장군을 제외한 인물들의 변화나 감정선을 세밀하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갈등 역시 미약해 다소 영화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이야기의 구성이나 짜임새도 헐겁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군데 군데 보이는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은 흠이다. 한편, 제목 ‘무극(無極)’은 운명의 지도를 뜻한다. 쇼이스트가 수입/배급하는 <무극>은 102분의 러닝타임의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설 연휴인 1월 26일 국내에 개봉한다.
|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 첸 카이거 감독과 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거듭난 장동건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무극 The Promise>>(원제 無極)이 19일 기자시사회를 열고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한·중·미 공동투자, 제작비 3천만 달러라는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국제적 프로젝트 <무극>은
첸 카이거와 장동건의 만남뿐 아니라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등 각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들의 대거 출현했다. 특히 <무극>은
앞서 개봉한 중국에서 <타이타닉>의 종전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개봉 첫주 111억원 수익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또, 이미 제76회 아카데디 외국영화상 부문에 중국 출품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오는 2월 9일 개막하는
베를린영화제 비경쟁부분에 초청되며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날 기자시사회에는 첸 카이거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등이 참석했다. 
이제까지의
이미지와는 달리 운명을 초월한 사랑에 도전하는 노예 쿤룬 역을 맡은 장동건은 "오랫동안 공들여서 완성한 작품"이라며
"내 나름대로 배우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큰 도전이었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왔을 때 더 잘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각 나라마다 영화를 보는 방식이나 영화를 보고 나서 표현하는 반응이나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중국 관객들은 콘서트에서 가수를 보는 것 같이 환호와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국
관객은 리얼리티가 수반되지 않은 영화에 대해서 비교적 덜 박수를 보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 판타지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장르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며 "내가 달리는 장면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어색해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나는 나름대로 즐기면서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완벽한 중국어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 그는 "중국어 연기가 많이 힘들었지만 다행히도 전에 일본어 연기도 해봤고 내게는
외국어나 다름없는 부산사투리 연기도 해봤기 때문에 그때의 노하우를 떠올리면서 연기했다"며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언어가
생각하는 만큼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다. 연기라는 것이 언어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라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