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이 모두 같은 옷을 입는거야?" 라며 포스터의 컨셉과 전체 촬영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감독들은 개별 프로필 촬영으로 카메라 앞에서의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항상 카메라 뒤에서 지시를 내리기만 하던 감독들.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 표정은 자꾸만 굳어지고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른다. 평소 활기찬 촬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걸로 정평이 난 강영호 작가의 특이한 발놀림과 특유의 높은 목소리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 점점 편안해 지고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포즈를 취하게 되었다. 짧은 휴식 후 본격적인 단체 촬영이 시작되었다. 검은 정장을 빼 입은 여섯 명의 감독들은 현장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특히 남자 정장을 처음 입어본 임순례 감독과 정재은 감독은 자신의 변신에 스스로도 놀라워하는 모습이었다. 돌을 한달 앞둔 아기와 함께 하는 컨셉으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아기를 안은 임순례 감독은 "사람들이 언제 귀염둥이를 낳았나 하겠네"라고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하루종일 울지도 않고 잘 놀던 아기가 조명과 카메라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결국 여섯 명의 감독들만으로 촬영은 계속되었다. 배우 경력이 있는 여균동 감독은 사진 작가가 "그만 오버 하셔도 되요"라고 할 만큼 풍부한 표정과 자세를 만들어 내고 평소 근엄한 이미지의 박광수 감독은 후배 감독들과 익살스런 포즈를 만드는데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줘 대감독의 여유로움을 한껏 느끼게 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배우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자랑했고 임순례 감독은 사랑의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가장 부끄럼을 많이 탄 사람은 박진표 감독과 정재은 감독. 강영호 작가가 '강적'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면서 나중에는 촬영을 즐기는 정도에 이르렀다. 놀라는 표정, 노려보는 표정, 파안대소하는 표정, 윙크하는 모습 등 평소의 감독들에게서 기대하지 못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감독들은 모두 촬영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했다. 평소 영화 촬영 때는 몰랐는데 카메라라는 것이 정말 총보다 무서운 무기처럼 느껴졌다. 당분간 카메라 앞에는 서지 말아야겠다 등의 이야기를 남기며 총총 다음 스케줄을 위해 자리를 떴다. 관객의 6감을 만족시킬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영화 <여섯개의 시선> 포스터는 10월 2일 열리는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영화 <여섯 개의 시선>은 박광수, 박진표, 박찬욱, 여균동, 임순례, 정재은 등 6명의
한국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프로젝트로, '인권'을 주제로 6명의 감독의 시선으로 접근한 작품. 장애자의 편견에 관한
여균동 감독의 '대륙횡단', 범죄자에 대한 인권문제를 다룬 정재은 감독의 '그 남자의 사정', 외모에 대한 편견을
그린 박광수 감독의 '얼굴값', 여성에게 강요되는 다양한 편견을 그린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 아동인권에 관한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 네팔 여성 노동자의 사건을 통해 외국노동자의 인권문제에 접근하고자 하는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등 6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003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여 좋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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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홍대 앞의 한 사진 스튜디오에 박찬욱 감독(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광수 감독(이재수의
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임순례 감독(와이키키 브라더스), 여균동 감독(세상 밖으로, 미인), 정재은 감독(고양이를
부탁해), 박진표 감독(죽어도 좋아)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6명의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모두 오는
11월 5일 개봉 예정인 영화 <여섯 개의 시선> (제작: 국가인권위원회/배급:청어람)의 포스터 제작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영화 제작이 결정된 이래 6명의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