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 5기의 한국 프로 권투의 살아있는 신화 홍수환씨가 영화 <남자, 태어나다>의 권투지도를 맡았다. 오는 10월 11일 개봉 예정인 <남자, 태어나다>(감독 박희준, 제작 트윈엔터테인먼트/메가픽쳐스)는 권투로 대학에 가려는 섬마을 청년들의 삶을 그린 휴먼코미디. 지난해 11월, 영화 제작사에서는 홍수환씨에게 권투지도를 의뢰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건넸다. 세계 챔피언을 지낸 한국 프로 권투계의 대부인 홍수환 선수인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뜻밖에도 다음날 영화사로 연락이 왔다. <남자 태어나다>의 권투지도를 맡겠다며 흔쾌히 허락해 온 것. 이유는 <남자 태어나다>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챔피언>이나 <알리>처럼 영웅이야기가 아닌 것이 좋고, 졌다고 해서 우울하거나 절망적이지도 않다. 이제 권투를 배우고자 하는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따뜻한 이야기인 것이 정말 마음에 들고 영화 속 세 녀석에게 애정이 간다”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2001년 11월부터 <남자 태어나다>의 배우 정준, 홍경인, 여현수, 이원종은 홍수환이 직접 운영하는 권투도장으로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 실제 선수들과 똑같이 3개월간의 트레이닝에 들어간 배우들은 처음엔 모두들 무거운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힘들어하는 듯 하더니 기본적인 동작들이 몸에 익었을 즈음 다들 진짜 프로 복서같은 날렵한 자세들을 갖춰갔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이 날렵한 동작들을 본 제작진의 걱정은 늘어만 갔다는 사실. 영화에서 운동에 무딘 사람들로 나오는 정준, 홍경인, 여현수, 이원종이 권투를 잘해야 하는 다른 조연 배우들보다 훨씬 뛰어난 소질을 보여, 배우들과 촬영팀은 어떻게 하면 더 어설픈 복서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에 홍수환씨는 싱글벙글 신이났지만, 실제로 촬영이 들어갔을 때에는 감독이 요구하던 결코 선수답지 않은 촌놈들의 모습을 만들어 내느라 많은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홍수환씨는 직접 경기가 있는 날이면 먼 통영까지 내려와 자세를 잡아주고, "참피온이 몬 중 아나? 참아라, 피하라, 온순해라, 오직 링 위에서만 폭발하라!" 등 대사도 상황에 맞게 수정해주며 <남자 태어나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보여주었다. 3개월간의 권투 트레이닝과 5개월간의 긴 섬 촬영을 마치고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는 <남자
태어나다>는 세계 챔피언 홍수환이 공들여 만든 어설픈(?) 복서들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섬의 풍광으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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