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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도발과 남자의 자발적 고난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뜻하는 폴리아모리(Polyamory)라는 파격적 소재와 신선한 재미로 현재까지 4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화제의 박현욱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기묘한 제목처럼 엄연히 현재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사랑하는 남자와도 결혼을 하겠다는 아내와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그녀의 선택과 불편한 관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남자의 자발적 고난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겠다”며 연애와 결혼에 대한 자유로운 가치관을 지닌 매력적인 여자 ‘인아’(손예진)에게 빠진 평범한 남자 ‘덕훈’(김주혁)은 그녀의 자유로운 연애를 종식시키기 위해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란 말을 믿고 힘겹게 결혼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어느 날 아내는 갑자기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당당하게 “그와도 또 결혼하고 싶고 당신과도 이혼하고 싶지 않다”며 충격 선언을 한다. 황당한 제안 앞에 분노하면서도 사랑하는 아내를 결코 놓칠 수 없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이중결혼을 받아들이고 만다.

영화는 주인공 남자가 결국 ‘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가진 아내를 이해하고 그녀의 ‘이중 결혼’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랑을 얽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제기와 꼭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과 사랑(결혼)할 수도 있을뿐더러 사랑하는 사람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또한 서로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새로운 관계를 통해 사랑과 결혼, 그리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반문한다. 다소 비현실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역전된 남녀 관계와 모든 상황에 절묘하게 빗대어진 축구 이야기로 인해 경쾌하고 유쾌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두 배우의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연기가 큰 힘을 발휘하면서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에 빠져들게끔 한다. 자신들의 성적 판타지를 쿨하게 이야기하는 그들의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대사와 손예진의 과감한 노출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아무리 갈수록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아가 왜 그런 연애관을 갖게 됐는지는 알 수가 없어 쉬이 받아들이기 힘들며, 그들의 마지막 선택 역시 썩 와닿지 않는다. 어떻게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할 수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며, 특이한 사랑관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한다는 설정 또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과연 작가와 감독 본인도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순순히 동의할 수 있을지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