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유명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백야행>은 어린 시절 겪은 고통스런
상처로부터 벗어나고 꿈꾸는 미래를 위해 재벌 총수와 결혼하려는 '미호'(손예진)와 그녀의 언저리를 맴돌며
그녀를 위해 살인은 물론 자신의 전부를 희생하는 '요한'(고수)의 뒤틀린 운명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 '동수'(한석규)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노출하고 '그가 왜 그랬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요한을 감시하는 형사와 미호를 뒷조사하는
비서실장의 눈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해 나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관건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주위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여자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살인과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남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느끼는 슬픔과 감동은 달라진다는 점이다. 범죄자가 아닌 잘못된 부모들이 저지른
끔찍한 짓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가여운 피해자라는 점에서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자신과 똑같은 피해자를 만들고 자신을 희생하며 죽어가는 남자를 외면하는 여자의 진심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유아강간, 근친살해라는 자극적인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잘 짜여진 각본과 이야기 전개, 그리고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인해 자연스레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한석규의 탄탄한 연기는 물론 손예진과 고수의 정적이면서 절제된 감정 연기와 눈빛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대역 없는 베드신은 물론 전라 뒤태 노출까지 감행한 손예진의 열연이 빛난다. 살인과 섹스가 교차되는
형식과 자신이 저지른 짓이지만 성폭행 당한 약혼자의 딸에게 알몸뚱이로 다가가 껴안으며 위로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반면 무술실력까지 겸비한 비서실장 캐릭터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지고, 인물들의 심리와 시선을 따라가는
탓에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편이라 135분이라는 다소 긴 상영시간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2009.11.1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