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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욕망과 순교

박찬욱 감독이 10년 전부터 기획해 송강호와 함께 준비해온 야심작 <박쥐>는 불치의 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가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고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이 병약한 남편과 시어머니의 냉대 속에서 무기력해진 친구의 아내 '태주'(김옥빈)와 위험하고 치명적인 사랑에 빠져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죄의식과 갈등, 고통 속에서 결국 신부로서의 모든 것을 버리고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으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신부가 어쩔 수 없이 살인과 간음 등 여러 죄악을 저지르게 되는 극단적 상황에 놓이게 되고, 억눌렀던 사랑의 감정에 눈뜨게 된다는 설정을 통해 도덕적인 딜레마와 욕망, 죄와 구원의 문제를 탐구한다.

결론은 다르지만 뱀파이어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결국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뱀파이어 소녀와 왕따 소년의 사랑을 그린 <렛미인>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이지만 이제 우리도 뱀파이어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며, 박찬욱 감독만의 독특한 미학적 스타일로 이를 어색하거나 황당하지 않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단연 흥미로운 작품이다. 무엇보다 과감하게 성기를 노출했다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 단 몇 초이지만 만약 이 장면이 없었더라면 상현의 순교의식과 결말의 선택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상현과 태주의 '불륜'과 '사랑'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관계의 역전은 팽팽한 긴장감을, 수차례 등장하는 격정적인 정사신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여기에 유혈이 낭자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삐져나오는 아이러니컬한 유머가 묘한 웃음을 선사하며, 죄의식과 두려움으로 굴절된 환상이 현실과 뒤엉키면서 기괴한 상황을 연출한다. 죄책감에 잊기 위해 정사를 나누는 두 사람 사이로 죽은 강우가 끼어있는 장면은 가히 컬트적이며 충격적이다. 또한 우리가 흔히 봐왔던 뱀파이어와는 전혀 다른 행동과 대사, 모습들로 관객의 허를 찌른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피를 링거액 튜브를 통해 젖병처럼 입에 물고 빨아먹거나 병에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주스처럼 마시고 심지어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마시기도 한다. 또 태주에게 피를 빨아먹으면서 죽이는 건 일종의 '인명경시'라고 말하기도 하다. 상현과 태주의 싸우는 장면 역시 건물 모서리에 얼굴을 그대로 부딪히고 손가락이 꺾이고 뼈가 밖으로 삐져나오는 등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최후를 맞이하려는 상현과 죽지 않으려는 태주가 벌이는 실랑이도 재미나다. 배우들의 과감한 노출과 연기도 큰 몫을 한다. 신앙과 욕망, 생존과 사랑의 딜레마에 빠진 신부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뿐만 아니라 성기 노출도 마다하지 않은 송강호의 열연에 가히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으며, 과감한 노출과 정사신을 물론 광기와 히스테리를 오가는 김옥빈의 연기도 놀랍다. 또한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로 거듭난 김해숙과 병약한 남편으로 변신한 신하균의 강렬한 연기도 두 주연배우 못지 않게 빛을 발한다. 과연 송강호의 충격적인 성기 노출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