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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기억상실쇼”

영화 <달콤한 거짓말>은 고백도 한번 못하고 짝사랑으로 끝난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만을 그리며 10년째 사복수녀처럼 살아온 조기종영 전문 방송작가 지호(박진희)가 방송국에서 짤린 채 집에 돌아가던 길에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하고 이를 쫓아가다 운명처럼 첫사랑 민우(이기우)의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면서 그를 잡기 위해 순간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거짓말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소꿉친구 동식(조한선)의 등장과 훼방으로 일이 꼬이게 되지만 10년 금욕생활에 하늘에서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민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연기를 계속하게 된다는 내용이 주요 얼개다.

영화는 10년째 짝사랑해온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거짓말을 시작한 한 여자가 언제나 자신 곁에 있어줬던 소꿉친구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사람을 대할 때 중요한 것은 진실한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전개와 결말이지만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메뉴였던 ‘기억상실’이라는 전형적 소재를 비튼 재기 발랄한 설정과 이를 과장되지 않게 현실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상황과 캐릭터 속에서 유쾌하게 풀어낸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코믹 열연이 빛을 발하면서 기대 이상의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기억을 잃은 척으로 시작해 온갖 청순, 조신, 여성스러운 척으로 이어지는 박진희의 다채로운 ‘척’ 연기와 능청스럽고 코믹한 표정 연기가 단연 돋보이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조한선의 코믹 연기도 자연스럽다. 또 조한선과 환상의 복식조로 호흡을 맞춰 지호의 기억을 재구성하는데 일조하는 지호의 철부지 동생 지훈으로 분한 신예 김동욱의 깜찍한 연기도 눈에 띈다. 반면 후반 세 인물간의 화해과정이 충분한 설명 없이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부분은 아쉽다. 한편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민우의 고교시절 여자친구였던 '김선아' 역으로 실제 이름의 주인공인 김선아가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