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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꼬박 손꼽아 기다리기 서른 여섯 해. 천사 같은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제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서울에서 갓 내려 온 다방 아가씨라고 합니다. 차 배달도 나가고 다른 남자들과 술도 마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틈만 나면 그녀를 보러 다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장미꽃과 갓 짠 우유를 그녀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난생 처음 티켓을 끊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절 쉽게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사랑 따윈 필요 없다며.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우연히 그녀의 눈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도 사실은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그 눈물을 씻어줄 수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날, 저는 용감하게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내 진심을 받아주었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영원할 줄 믿었던 것도 잠시, 그녀에게 잊지 못할 과거가 찾아왔습니다. 혼자 힘들어 하는 그녀를 위해 전 재산인 젖소 목장이와 통장 5개를 처분했습니다. 이제, 우리 사랑에 더 이상의 장애는 없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편지 한 통만 남긴 채 제 곁을 떠났습니다. 행복하게 살라고. 미안하다고. 며칠 후, 저는 그녀가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아플 까봐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내가 곁에 있어주어야 하는데.

가족도, 친구도, 세상도 모두 그녀를 찾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그녀를 지켜야 합니다.

왜냐하면…그녀는 제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각본/감독 : 박진표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고 싶고, 믿고 싶고, 하고 싶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켜졌을 때 사랑이 비로소 운명적인 것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솔직한, 어쩌면 뻔뻔하기까지 한 나의 문법은, 포장해서 얘기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낯설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솔직하게 한 남자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해야만 내 진심과 그 남자의 사랑이 전달된다고 믿었다. 속이지 않고, 그들의 사랑을 축복해주고 싶다.

- 1966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연극 영화과 졸업

[FILMOGRAPHY]

경력
1991년 SBS - TV 제작국 다큐멘터리 PD
1997년 인천경인방송 다큐멘터리 PD
2001년 ㈜제이알 엔 제작본부장

단편영화
1987년 <서울 탈출> (16mm 흑백, 12분)
1988년 <세상 배우기> (16mm 칼라, 14분)

TV 제작물
1991년 -2001년 :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 생방송 추적 사건과 사람들, 제 3의 눈, 위험한 55분, 반란군 개미에 관한 보고서, L.A 한인교포 쌍둥이 자매살인사건 천사인가 악마인가, 항공 다큐 '태평양 그 사선에서', 한중일러 발해추적보고 왕국의 부활, 특집다큐극장 사랑 외 30여 편의 TV다큐멘터리 및 시리즈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