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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로맨틱 코미디'라는 생소한 장르를 표방한 영화 <싸움>은 결벽증 증세에다 아내의 깐깐하고
드센 성격에 불만이 많은 '상민'(설경구 분)과 그의 무심함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자신이 과격해지고 까칠녀로
변했다고 생각하며 속상해하는 '진아'(김태희 분)가 이혼 뒤에 사소한 문제로 다시 만나지만 서로의 성격
차이와 풀지 못한 앙금으로 인해 단순한 말싸움이 점점 커지면서 서로 죽일 듯이 싸움을 벌이게 된다는 내용으로
한때 죽을 만큼 사랑했지만, 이제는 죽일 듯이 싸우게 되는 그러면서도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혼 남녀의
처절한 사생결단의 싸움을 그린다.
전작 '연애시대'에서는 이별을 통해 서로의 빈자리에서 느끼게 되는 사랑과 남녀심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싸움>은 애정이 어떻게 극단적인 애증과 증오로 발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싸움'을 소통의 형태를
삼아 이별의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마음은 속에만 담아두고 듣기 싫어하는 말만 골라하는 남자와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표현을 화내는 것으로 대신하는 여자의 싸움은 불가피하지만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그들의 모습은
다소 작위적이고 극적이며, 그 지경까지 이르게 된 접근도 세밀하지 못해 쉬이 공감이 가질 않는다. 특히
후반부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진심을 알게 되는 과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단순해 그들의 싸움 이면에 자리한
사랑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살벌한 싸움 속에서 삐져나오는 만화적인 유머와 판타지도 잘 조화되질 못해
실소만 자아낼 뿐이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상민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찍는 진아의 상상과 성행위 체위를
연상케 하는 빗속 결투신은 코믹하다기보다는 생뚱맞아 보인다. 그래도 설경구, 김태희라는 언밸런스한 조합과
두 배우의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변신은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두 배우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2007.12.0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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