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화가 강모림의 '10, 20 그리고 30'을 원작으로 한 영화 <뜨거운것이 좋아>는 빨리 데뷔해 구박하는
언니네 집에서 독립하고 싶지만 일도 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는 27살의 시나리오 작가 아미(김민희)와 잘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일도 사랑도 뜨겁게 즐길 줄 아는 41살의 화려한 싱글맘인
영미(이미숙), 그리고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17살의 사춘기 소녀 강애(안소희) 등
한지붕 아래 모여 사는 한 가족이자 나이도, 성격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세 여성의 고민과 사랑, 연애를
밝고 경쾌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감독의 전작인 <싱글즈>의 29살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한층 더 나아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삶속으로 세대를 확장시키고, 고민도 일과 결혼, 사랑, 연애에 폐경과 동성애를 첨가시켰다.
주인공 아미는 오래된 남친(김흥수)과 완벽한 조건의 새남친(김성수) 사이에서 흔들리며, 영미는 폐경과 저돌적인
연하남(윤희석)와의 연애 사이에서 고민하고, 강애는 스킨쉽은 안중에도 없는 남친(김범)과의 뽀뽀를 기다리며
여친에게 특훈을 받다가 그만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혼란에 빠지게된다. 이렇듯 세대를 확장시켰을 뿐 각자의
고민과 선택의 기로에 선 세 여자가 성장통을 겪은 뒤 다시 자신감을 찾고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전작과 연장선상에 놓인 영화로 보인다. 40대, 20대, 10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성을
내세워 그녀들의 들키고 싶지 않은 적나라한 속마음과 심리를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안에 풀어내고 있으며, 배우들의
조합과 캐릭터에 녹아든 세 여배우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특히 '자뻑'과 '자학'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아미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김민희의 연기변신이 빛난다. 술에 취해 거침없이 욕을 내뱉고 술취한 목소리로
‘신데렐라’를 부르는 그녀의 망가진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더불어 입봉을 준비중인 안감독으로 분한 <라이터를
켜라><불어라 봄바람>의 장항준 감독의 마치 자신의 예전 모습을 예상케 하는 실감나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나이만 바뀌었을 뿐 주인공의 아미의 고민과 선택은 전작과 별반 다르지 않을뿐더러 뻔하다는 점에서
흠이며, 각자의 고민과 사랑에 맞춘 탓에 세 여성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2008.1.0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