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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을 위한 세종의 비밀 프로젝트

<신기전>은 세종이 추진했던 세계 최초 다연발 로켓화포 ‘신기전’을 소재로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Faction) 영화로, 5년 8개월의 제작기간과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또한 <약속>으로 90년대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운 김유진 감독·이만희 작가 콤비와 충무로의 흥행사 강우석 감독이 제작을 맡아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영화는 약소국으로서 명나라의 횡포로부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조선의 자주국방을 꿈꾸는 세종이 극비리에 로켓화포 ‘신기전’의 개발을 추진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명나라의 대결을 그린다. 고려 말 화약 제조장이었던 아버지가 역모의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은 뒤 나랏일에는 관심을 끊은 채, 장사에만 매진하는 보부상단의 우두머리인 설주(정재영 분)가 내금위장 창강(허준호 분)의 부탁으로 신기전을 개발하던 도중 명나라 무사들의 습격으로 자폭한 도감의 딸이자 신기전 완성에 매진하는 홍리(한은정 분)를 잠시 보호하게 되고, 그녀에 대한 관심과 상단을 위해 신기전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는 내용이 주요 얼개. 훈민정음 창제와 측우기, 해시계 등의 개발을 주도한 과학대왕으로도 유명한 세종대왕이 세계 최초로 다연발 로켓화포인 ‘신기전’을 개발했다는 사실에 대한 호기심과 민족적 우수성과 자긍심을 자극한다. 또한 강국의 말 한마디에 정사가 흔들리는 불안했던 당시의 역사가 현재의 사건들과 묘하게 맞물린다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이다. "오락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신기전>은 사극의 진지함보다는 액션과 코미디, 멜로가 뒤범벅된 사극오락영화다. 액션과 코믹을 오가며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정재영의 연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너무 뻔한 이야기 구성과 단조롭고 밋밋한 전개방식은 흠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대규모 전투신도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나 완성도가 다소 떨어져 생각만큼 강한 임팩트를 주지는 못한다. 개인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과학기술의 산물인 ‘신기전’ 설계도가 왜 공식적으로 보존되지 못하고 예절서에 숨겨져 내려왔는지가 더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