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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의 기억을 찾아서! - 18세기 조선의 풍광을 찾는 헌팅 대장정

조선의 상류 사회, 그 배경으로 놓일 만한 우아함과 풍취가 살아있는 공간을 찾아내는 건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전선 같은 현대적 장치가 끼어 들지 않으면서 인물별, 씬별로 어울리는 분위기가 살아 있어야 했다. 크랭크 인 전 1년간의 답사가 이루어졌고, 실제 촬영에서도 강원도 북단에서 땅 끝 진도까지 '우리 땅 답사'의 경지에 이르는 대장정을 감행했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로 발견한 영화의 베스트 로케이션 장소 두 군데. 하나는 절벽 위의 소나무 숲 뒤에 자리 잡은 안동의 '옥연정사'. 다른 하나는 인공을 최소화하고 자연을 집 안으로 불러들인 조선 특유의 정원 양식이 베어있는 진도의 '운림산방'. '옥연정사'는 단아한 성품을 지닌 숙부인의 처소로 안성맞춤인 공간이며, '운림산방'은 세 주인공이 연못에 배를 띄우고 창기(唱妓)의 노래를 듣는, 조선 양반들의 풍류 문화를 내비치는 장면에 적합한 아취를 제대로 살려낸다.

2. 조선의 패션리더 -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소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치는 유교 조선에 패션이 웬 말? 허나 여인네의 머리에 얹는 가체 가격이 집 한 채 가격에 육박했다는 사료를 보면 18세기 정조 연간의 조선 사대부의 멋 부리기가 요즘 명품족 못 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제작팀은 명인들의 고증 50%에 상상력을 가미, 패션 리더라 할만한 주인공들의 성격에 맞는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요부 조씨 부인은 섹시한 화려함이 필수 조건. 욕망을 상징하는 강렬한 레드와 바이올렛, 선명한 노랑 등의 색채를 주조로 당시 첨단 유행인 폭 좁은 소매, 짧은 저고리를 입는다. 보통 열 폭인 치마폭을 열 두 폭으로 키워 몸매를 드러내는 한편, 움직일 때 화려한 동세를 부여했다.

지조를 목숨보다 높이 치는 숙부인의 차림새는 유행과 무관한 넉넉한 품과 길이의 저고리, 법이 금하는 가체를 얹지 않은 쪽 머리, 그리고 열 폭 치마다. 컬러는 그레이, 브라운, 그린의 파스텔톤으로 튀지 않는 색조. 하지만 사랑을 알아 감에 따라 과부에게는 금지된 색인 레드가 살짝 끼어들기 시작한다. 조원이 선물한 붉은 목도리는 대표적인 예.

컬러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조원은 블루와 화이트 2개로 가되 소재의 종류를 다양하게 하고, 진짜 말총으로 만든 갓, 부채 테두리에 은입사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멋쟁이 다운 스타일의 터치를 가했다.

3. 조선의 상류 사회, 새롭게 창조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18세기 조선을 향한 시간 여행. 감독과 제작진을 가장 괴롭힌 것은 고증 자료의 부족이었다. 사료는 천편일률적으로 정치사 및 궁정사 위주였고, 영화를 찍는데 필요한 것은 당시 양반들의 실제 생활사였던 까닭. 한계에 봉착한 제작진은 마치 SF영화를 찍듯 '있었을 법한 과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또한 캐릭터별 개성의 차이에 따라 의상 못 지 않게 제 각각의 멋을 지닌 공간과 소품에도 배려가 필요했다.

가령, 세도의 정점에 서있는 조씨 부인의 내당인 부용정 뜰 안에는 연꽃이 곱게 핀 연못이 만들어졌다. 그녀의 아침은 장미 향유로 머리를 단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기품 있게 화려한 나전칠기 문갑, 경대, 장식장 세트로 내실이 장식되고 짙은 초록 바탕에 화조가 수 놓인 병풍이 위풍당당한 그녀의 뒷배경을 차지한다.

하인이 바친 소세 물로 양치를 하고 냅킨으로 입을 닦거나 용도별, 크기별로 다양하게 배열된 화장 도구들로 거울을 보며 수염을 다듬는 조원의 모습 등은 모두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적절히 상상력이 발휘된 부분. 사대부 부인들이 춘화를 돌려 보는 풍습 또한 마찬가지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