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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 고립된 두 남녀의 독특한 소통기

한국영화 최초로 서울 한복판의 무인도로 불려온 곳인 한강의 '밤섬'에서 촬영에 성공한 <김씨표류기>는 구조조정과 대출 빚, 무능함을 탓하며 떠나버린 여친로 인해 죽으려고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뜻하지 않게 한강의 무인도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김씨(정재영)와 우연히 그를 발견하고 관찰하게 된 엉뚱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여자 김씨(정려원)를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 김씨는 '밤섬'을 탈출하려는 온갖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섬 생활에 나름대로 '창의적'으로 완벽하게 적응해나가며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자신만의 좁고 어두운 방이 온 지구이자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김씨는 유일한 취미인 달 사진 찍기 대신에 남자에게 리플을 달아주기로 결심하고 3년 만에 한밤의 외출을 감행하고 그와 조금씩 소통하기 시작하고 그를 통해 진짜 희망을 맛보게되면서 세상 밖으로 걸음을 내딛게 된다.

영화는 두 남녀의 소통과 희망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들이 소통해 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다. 또한 작은 섬과 방이라는 좁고 외로운 공간에서도 나름의 삶을 창조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관계에 지친 현대인을 대변하며 새로운 방식의 희망을 전한다. 자살과 은둔형 외톨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밝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한정된 공간과 인물이라는 한계 역시 독특한 발상과 위트 넘치는 설정,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가 펼치는 예측 불가능한 에피소드로 전환시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각각 밤섬과 좁은 방에서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두 주연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힘을 실어준다. 정재영의 코믹 연기는 두말할 것 없고, 정려원의 색다른 연기 변신도 칭찬할 만하다. 민방위 훈련과 옥수수, 자장면 등 두 사람의 이어주는 영화적 장치들도 재미나며, 특히 자장면 배달부의 에피소드는 가히 배꼽을 잡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다. 이전에 봐왔던 폭력적이거나 섬뜩한 대상이 아닌 좁은 방안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나름의 규칙대로 살아가는 엉뚱한 인물이며, '너무나도 건전한 현실도피입니다'라는 극중 대사처럼 나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 마치 요즘 젊은 아이들이 인터넷 세상에 빠져 있는 것처럼. 이 같은 시각으로 주위의 은둔형 외톨이를 바라보고 다가간다면 그들도 영화처럼 세상 밖으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도. 한편 이 영화는 국내 최초로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수익 일부를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