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수준 한단계 ‘업그레이드’

<천년여우 여우비>는 지난 2002년 첫 장편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로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성강 감독이 3년 반만에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크로스오버 음악의 대가이자 한국의 '히사이지 조'로 불리우는 재일교포 출신의 양방언 음악감독과 손예진, 공형진, 류덕환의 목소리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특히 2003년부터 3년 반의 제작기간에 걸쳐 약 27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100% 토종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한국 전통설화인 ‘구미호 전설’에서 모티브를 착안한 <천년여우 여우비>는 구미호 나이로는 100살이지만 인간 나이로는 사춘기에 해당되는 꼬리 다섯 달린 10살이 된 여우 소녀 여우비의 모험과 우정을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지구에 우연히 불시착한 털 복숭이 ‘요요’들과 함께 산 속에서 100년 째 살고 있는 여우비(손예진 분)가 가출한 '말썽요'를 찾아 마을로 내려갔다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수련회에 온 아이들에게 잡혀있는 '말썽요'를 구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아이들과 생활하다 갑자기 나타난 '인간의 영혼을 훔치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정체 불명의 그림자 탐정과 구미호를 사냥하러 다니는 사냥꾼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주다 뜻하지 않게 영혼을 빼앗기 버린 소년 황금이(류덕환 분)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영혼세계인 ‘카나바’ 호수로의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는 내용.

3D 레이아웃 기법을 이용한 역동적인 역상과 세밀한 카메라 워킹, 그리고 감독 특유의 수채화 같은 화려한 색감의 비주얼이 돋보이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평가하기에도 충분하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이야기의 전개가 썩 매끄럽지 못해 다소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등장과 여우비가 펼치는 흥미진진한 모험과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여우비의 천진난만하고 앳된 목소리를 완벽히 표현해낸 손예진의 목소리 연기는 보너스.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천년여우 여우비>는 전체 관람가로 1월 25일 개봉한다.

2007.1.1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