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을 원하나? - 전지현의 모든 것으로 승부하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스타 전지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쭉 뻗은 팔다리에 섹시한 댄스와 말괄량이 연기로 기억되는 그녀는 이미 세대의 유행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전지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연예인 중에서 자신만의 이미지로 아이콘이 된다는 것은 영광이자 큰 장점이다. 그러나 스타에게는 너무도 좋은 이 장점이 배우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는 배우 전지현이 아닌 스타 전지현만을 고집하며 억척스럽고 힘겹게 긴긴 영화를 채워나간다.

많은 배우들이 스타보다는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인기와 돈과 명성을 보장하는 스타다. 세상에는 노래를 못해도 유명가수가 되고, 연기를 못해도 주연배우가 될 수 있는 황당한 스타시스템이 분명 존재한다. 있는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지나치면 치명적인 독이 된다.

외국 투자 회사가 제작비와 배급을 담당하고 한국, 중국, 홍콩에서 동시에 개봉하며 영화는 인기 몰이를 기획하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는 이견이 있겠지만 국내 관객들로 이뤄지는 수익구조를 해외 관객으로 다변화했다는 점과 한국 영화의 격상된 위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엽기적인 여순경 경진과 소시민 선생 명우의 사랑이야기

왈가닥 여순경 여경진은 소매치기를 잡는 과정에서 학교 선생인 명우를 범인으로 오해하고 막무가내로 검거한다. 이 인연으로 두 사람은 알콩달콩 싸우면서 서로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보여주며 사랑하게 된다. 항상 열정적으로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진과 항상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싶어 사건 현장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명우. 경진은 범인을 추격하던 중에 총격전을 벌이고, 명우는 경진을 위해서 총격 현장으로 가는데.......

엽기적인 그녀의 전편

'엽기적인 그녀'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고, 아시아 전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한류 스타 전지현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그 힘을 바탕으로 투자와 배급이 이루어지고 감독과 배우도 '엽기적인 그녀'를 의도하며 만들어졌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똑같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경찰제복으로 섹시하게 갈아입었을 뿐이다. 구성도 비슷하고, 캐릭터도 비슷하고 내용도 비슷하다. 남자 주인공이 비극적으로 죽는 것만 빼만 다 비슷하다. 마지막의 카메오 출연을 보면 확신하게 된다. 완성도만 떨어진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그래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리저리 보여주며 시간을 끌지만 그나마 후반에는 힘을 잃고서 지루하게 반복된다. 탄탄한 맛이라고는 없다. 사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가볍게 웃고 즐기다가 가볍게 울고 사랑의 의미를 느끼길 바라는 것이다. 분명 이런 가벼움의 욕구에 만족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벼움이 지나쳐서 짜증이 난다.

내용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많은 양을 담아서가 아니라 담을 내용이 없다보니까 여기저기서 섞어 담았기 때문이다. 양이 적으면 더 채우기 위해서 기다리고 노력을 해야지 대충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한국 영화의 진정한 발전은 완성도 높은 좋은 영화를 제작할 때 이루어진다. 스타 시스템으로 관객들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계속되면 곤란하고 결국 바닥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과거 홍콩 영화가 전성기 때 '스타 우려먹기'로 공멸했던 기억을 이제 우리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성기 때 자만함이 지금의 홍콩 영화의 취약한 모습을 만든 것이다. 한해에 수 십편씩 수입되며 관객을 열광시켰던 홍콩 영화는 지금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관객을 끌어모으던 기세도 놀라웠지만 사라지는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서 더욱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한국 영화도 아차 하는 순간 이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다. 누가 전성기 때 홍콩 영화가 지금처럼 몰락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는가?

전지현을 원하나

이 영화는 전지현을 위한,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의 영화다. 마치 전지현이 출연한 CF를 모아놓은 것 같다. 영화 속 광고가 나쁜 것은 아니다. 자금이 필요한 제작자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숨은 광고를 보는 관객들의 즐거움도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너무 노골적으로 지나치면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 돈을 내고 들어온 관객들에게 선전광고를 모아서 보여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전지현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겠다. 이 영화에서는 남자들를 때려눕히고, 총을 쏘고, 차량도 폭발시키고, 심폐술로 남자친구도 살리고, 심지어 총알도 피해가며, 웃고 울고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한다. 출연했던 CF의 장면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연출도 곳곳에 있다. 옷만 벗었으면 정말 전지현의 모든 것이 될 뻔했다. 그래도 전지현표 종합선물세트다.

'엽기적인 그녀'는 분명 완성도를 가진 재미있고, 전지현의 매력과 애교가 물씬 묻어나는 영화였다.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당연히 흥행에 크게 성공하며 배우와 감독에게 영예를 안겨 주었다. 그때 그 배우와 그 감독이 비슷한 소재로 다시 만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전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도 완성도나 모든 면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도대체 그때와 지금 뭐가 달라진 걸까?
'돈맛'을 보았다는 것말고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