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의 상품성에 의존한 상업영화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열혈 초보경찰 경진(전지현 분)과 순진한 교사 명우(장혁 분)의 좌충우돌 사랑과 명우의 죽음 이후에 그를 잊지 못하는 경진의 애절한 슬픔을 그린 멜로영화로 배우들의 코믹하고 과장된 연기와 둘의 좌충우돌 사랑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감성적인 영상과 코드를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엉성한 내러티브와 전개 방식으로 곽 감독이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재미와 감동이 느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미디와 액션, 멜로,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 상업영화로서 필요조건을 다 갖추지만 이를 적절히 섞지 못해 웃음과 감동 어느 하나 제대로 던져주지 못하고 있으며 군데군데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과 쓸데없고 불필요한 사족(蛇足)같은 장면들로 인해 자주 극의 흐름을 끊게 만들어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며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하게 느끼게 한다. 게다가 전지현, 장혁 두 주연배우들의 연기 또한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고 영화마다 탁월한 OST 선곡으로도 유명한 곽 감독의 영화음악도 이번 영화에서는 잘 묻어나질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엽기적인 그녀>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전지현의 상품성과 곽재용 감독 작품이라는 기대치로 기본적인 흥행은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박은 미지수다.

아이필름의 창립작인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6월 3일(목) 한국과 홍콩에서 동시 개봉되며 중국(상하이만 6월 11일 개봉)에서는 10일 개봉된다. 국내배급은 CJ 엔터테인먼트와 싸이더스 HQ의 자회사인 아이러브시네마에서 공동 진행하고 해외배급은 홍콩 에드코 필름이 맡아 진행한다.

2004.05.3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감동은 없고, 감성만 자극하는 사랑이야기

운명적인 사랑을 믿으십니까? 만약에 운명이 사랑을 떨어져 놓으려고 한다면 끝까지 함께 할 자신이 있습니까? 운명이 서로를 갈라놓아도 영원히 사랑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곽재영 감독이 감성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우리에게 <비오는 날의 수채화>, 2000년 <엽기적인 그녀>로 많은 청춘남녀의 눈물을 흘리게 해준 감동은 느끼게 해주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감독은 로맨티스트로 시대에 따라 젊은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카메라에 잘 담아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게다가 이번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로 톱스타에 오른 전지현의 두 번째 만남으로 관객들에게 큰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일밖에 모르는 여경찰 경진(전지현)이 우연히 소매치기 범인으로 취급한 물리선생님 명우(장혁)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명우는 멀쩡한 사람을 소매치기로 취급한 경진이 얄밉지만 자꾸 보고싶고 설레며, 경진도 위험한 사건현장에 있을 때마다 항상 바람처럼 나타나는 명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되듯이 명우는 자신이 죽을 때 바람이 되고싶다는 말처럼 갑작스러운 사고로 경진과 영원한 이별을 하게됩니다. 경진은 하루하루 보내면서 그와 함께 한 추억을 그리워하며, 잊으려고 애쓰는 안타까운 사랑을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아닙니까? 하지만, 영화는 경진과 명우의 만남을 가볍게 다루며, 이별은 극단적으로 다루는 구성이 만남과 이별사이의 간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남은 난데없이 수업 중에 찾아가 학생들 앞에서 남자친구라고 선포하며, 이별은 바람이 된 명우의 마음을 벗어나기 위해 <영웅본색>의 멋진 액션 씬으로 표현합니다. 뿐만 아니라, 경진과 명우의 감정을 대사보다 감미로운 음악과 카메라의 스톱모션이 지나쳐 감동보다 감탄만 느끼게 합니다. 또 CF를 그대로 옮겨온 명우와 경민이 카페 앞에서 비를 맞는 씬과 장혁의 영혼을 CG로 처리한 것은 감동보다는 오히려 코미디를 연상시켜 쓴웃음을 지울 뿐입니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조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