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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잔치의 끝
말 많은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이번만은 말도, 먹을 것도 많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조폭마누라2
돌아온 전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전작<조폭마누라>를 이을 올 하반기 최고의 한국영화 흥행
기대작이었다.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사갔을 정도로 기발한 발상이었다는 전작의 후광을 등에 업었다. 또
심각한 눈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해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에 임한 신은경이 연예가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그뿐인가. 조폭마누라 3편의 출연까지 염두에 두고 <와호장룡>의 장쯔이가 까메오로
출연한다는 소식까지. 이쯤 되면 일단 작품성까지는 몰라도 재미있고, 성의 있고, 국제적 감각까지
갖춘 작품이 하나 탄생하는 건 아닌가?
하지만 그 결과물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영화를 보는 동안 설마 하던 기대감은 점점 실망으로
바뀌고 급기야는 러닝타임 110분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유치해도 정감이 느껴지던 주변 캐릭터들은
사라지거나 어느새 평면적으로 변해있다. TV연속극에서 지겹도록 보았을 법한 뻔한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가 어설프게 섞여있는 데다 상투적인 대사들까지. 흥행을 염두에 두고 이런저런 소문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을는지 몰라도 영화 시나리오에 세세한 고민을 기울이지 않은 제작진은 이 영화 시리즈
3편의 제작에 먹구름을 드리운 셈이다.
건물 옥상에서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패싸움을 벌이던 조폭마누라 은진은 머리를 크게 다친 체
어느 사내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멜랑꼴리한 음악과 함께 시장에서
자장면을 배달하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휙휙 나르며 은행강도를 때려잡기도 하고, 가위를
잡았다 하면 묘기에 가까운 솜씨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당최 '한 주먹' 하던 과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찾겠다는 의지로 슬랩스틱 코메디에 가까운 미지근한 에피소드들을
반복한다. 그러다 웬 모성의 발현인지 중국집 사장의 딸 지현을 구하려다 옥상에서 떨어지면서 극적이며
또한 상투적으로 다시 기억을 되찾는다. 그리고 가엾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깡패들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겨눈다. 물론 그녀의 곁에는 옛 동료들(역시 깡패인)이 돌아와 있다. 그리고는? 역시 착한
놈이 이긴다. (하지만 전작부터 이어진 복수에 대한 복수의 복수라는 점에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는 참으로 모호하다.)
이 영화에서 실망스러운 점은 단지 재미가 없다는 것뿐이 아니다. 우리나라 조폭 영화에서의 조폭에
대한 미화는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개선장군마냥 조직의 보스로 돌아가 뿌듯하게 수많은
부하들의 인사를 받는 해피앤딩은 여전히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역시 자장면 배달부보다는 뒤는
좀 구려도 주먹 세고 부하 많은 깡패가 좋은 법인지. 또한 "여자 무시하는 놈들은…" 하며 폭력적이거나
뻔뻔한 남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은진은 언뜻 여성들을 대신해 시원한 복수를 해주듯 하다.
하지만 그녀도 결국 힘의 논리에 기대있다는 점에서 결국 폭력의 질서를 재확인 시켜주는데 그치고
만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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