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섹스 코미디

노골적인 제목과 김사랑, 하석진, 박준규, 하동훈, 이혁재 등 이색 캐스팅 조합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엄격한 규율과 정숙의 상징인 남자 미션스쿨에 섹시한 여교생이 실습 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여교생 지영(김사랑 분)이 한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간발의 차이로 현장검거에 실패한 학생주임 시라소니(이혁재 분)는 3명의 용의자-전설의 카사노바 태요(하석진 분), 어릴 때 보약을 잘못 먹어서 얼굴만 겉늙은 순진한 재성(박준규 분), 무작정 들이대고, 무차별적으로 애정공세를 퍼붓는 찰거머리 명섭(하동훈 분)- 중 반드시 범인이 있다는 확신 하에 수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용의선상에 놓인 3명의 과거를 차례대로 오가며 진행되는 영화는 전형적인 '섹스 코미디' 장르에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해 가는 '미스터리' 장르적 구조 요소를 첨가해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흥미를 유발한다. 교생에 대한 남자 고등학생들의 성적 판타지를 그려내고는 있지만 여성을 단순히 그것도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으로만 단순화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연신 김사랑의 몸매 훑기에 바쁘다가 막판 어이없는 반전과 짤막한 훈계로 마무리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뻔한 성적 농담과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억지스럽게 짜 맞춰진 설정과 인물, 과장된 에피소드는 단편적인 웃음만 줄뿐이다. 또 캐릭터 코미디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김사랑의 연기는 다소 실망스럽고 비슷한 캐릭터로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박준규도 안타깝다.

한편, 국내 내노라 하는 코미디 담당 배우들을 대거 등장한다. 신현준·김원희 커플을 시작으로 임형준, 신이까지 가세한 '가문 패밀리' 뿐만 아니라 백일섭, 유채영, 박철민, 안선영, 노홍철 등 막강한 코믹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완성도는 뒤로한 채 단편적인 웃음이라도 끄집어내려는 제작사의 상술인 셈.

재심의 끝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수능일인 11월 17일 개봉한다.

2006.11.0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