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 남성성의 현주소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관객상 등 최다 4부문 수상이라는 쾌거뿐만 아니라 영화의 두 주연 배우 하정우(김용건)와 서장원(서인석)이 2세 연기자임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같은 부대에서 고참 병장과 신참 이등병으로 만나게 된 중학교 동창 태정(하정우 분)과 승영(서장원 분)의 이야기를 통해 군대 내 부조리함과 명령과 복종의 권력관계 속에서 비틀어진 남성성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또한, 폭력과 권력 앞에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비극을 담고 있다.

영화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승영이 휴가를 나와 태정을 찾아가는 하루 동안의 현재와 같은 부대에서 고참 병장과 신참 이등병으로 만난 그들의 과거를 긴장감 있게 교차시킨다. 군대 특유의 부조리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승영은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고 태정은 친구라는 이유로 승영을 계속 감싸주지만 자신까지 곤란한 상황에 몰리기가 일쑤다. '좋은 고참이 되겠다'고 다짐한 승영은 자신의 소신대로 직속 후임인 지훈에게 잘 해주지만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부대 내 따돌림은 심해진다. 결국 태정이 제대한 후, 견디지 못한 승영은 스스로 타협하고 변하기 시작하고 후임병 지훈에게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대물림한다. 애인에게 버림받은 후임병 지훈은 변해가는 승영에게 더 큰 두려움을 느끼고 결국 자살에 이르고 만다. 1년여 후, 제대하고 군대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지내던 태정에게 어느 날 승영으로부터 갑작스레 만나자는 전화가 온다. 승영을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태정은 여자친구를 불러내고 헤어지려 하지만 승영은 어딘가 불안한 모습으로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자꾸 태정을 붙잡는다. 하지만 승영의 계속되는 집착에 태정은 떠나버리고 결국 권력의 질서 앞에 포기한 자기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지훈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승영 역시 아무런 위안도 받지 못한 채 자살에 이르고 만다.

뻔한 군대 내 불합리성, 폭력, 부적응 자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감나는 대사와 캐릭터 그리고 간결한 편집으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감독의 연출력으로 인해 설득력과 힘을 얻는다. 또, 군대 안의 폭력과 권력관계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찬찬히 응시하며 그 속에서 변해 가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특히 신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두 주연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인다.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노개런티로 참여해 완성한 <용서받지 못한 자>는 청어람의 배급을 통해 오는 11월 18일 개봉된다.

2005.11.0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