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눈물 2001>
"『눈물』은 자꾸 눈물을 흘리게 한다. "

국내 최고의 디지털 전문가 이두만 기사가 소니사의 최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눈물의 영상은 거칠지만 멋지다.

얼마 전 개봉한 『봉자』의 화면이 주인공 봉자처럼 순박한 느낌이라면, 『눈물』은 네명의 아이들처럼 멋부리고 예쁘다. 뮤직비디오처럼 튀는 색깔에 평면감이 주는 낯설음 등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아이들이 찾아간 바닷가에서 짙은 흑색 갯벌로부터 쓸어 올라가던 화면은 인상적이다. 왕가위 영화의 스텝프린팅 기법이 유행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디지털 영화도 새로운 표현형식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첫 장면부터 유흥가의 십대들은 창(봉태규 분)의 주도로 당구대 위에서 집단섹스를 보여줄 태세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근친강간을 당해 절대 나쁜 잠(섹스)을 자지 않는 새리(박근영 분)는 한(한준 분)의 도움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가출해 잘 곳이 없는 한과 창은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란(조은지 분)에게 신세진다. 우연히 한을 다시 만나게 된 새리는 나쁜 잠을 강요하지 않는 한과 한번 살아보기로 한다. 이렇게 그들은 술집 접대부와 삐끼로 살아가고 아이를 낙태하고, 원조교제를 하고, 술집주인 용호의 폭행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넷은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지긋지긋한 서울을 떠나 바다를 보기 위해 훌쩍 여행을 떠난다. 바다로 가는 길에서 그들은 입이 거친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지나치고, 교복입은 또래들을 지나치고, 시골 노인들을 지나쳐 쓰레기투성이 갯벌에 이른다. ‘이게 바다야?’하고 실망하지만 이곳에서 아이들은 너무도 자유롭다. 새리는 나쁜 잠에 대한 악몽을 털어버리고 한이와 하나가 되고, 창과 란도 모처럼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는 건 역시 시끄러운 일수방 골목뿐이다.

그들은 각자 흩어지기로 하지만 란이 아버지로부터 맞는 걸 보다못한 창과 이를 말리던 한은 경찰차를 타게 되고, 시간이 흘러 한은 용호와 살고 있는 새리를 찾아 같이 도망치며, 영화내내 질기게 버텨내던 아이들도 결국 울어버리고야 만다. 마스카라 자욱이 뒤범벅이 된 새리의 멍한 눈가에 맺힌, 한의 뺨을 타고 흐르는 핏물 섞인 눈물은 곧이어 흐르는 엔딩곡과 함께 자꾸만 가슴에 남는다.

첫 기자시사회장에서 임상수 감독은 “우리 영화는 생양아치영화입니다. 그냥 재미있게 봐주십시오.” 라는 말로 눈물을 소개했다. 『눈물』과 비교되는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에 쏟아졌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생양아치영화라고 생각해선지 어린 배우들까지도 그저 “재미있게 봐주세요.”를 연발했다. 물론 감독과 배우들의 말 그래도 『눈물』은 평범한 생활에서 패대기쳐진 어린 생양아치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세대와 우리사회가 품어주지 못하고 패대기친 아이들이다.

월남전이나 5.18을 소재로 삼을 때와 달리 아이들의 상처를 그저 생양아치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일말의 양심이 속삭인다.

 

인사이트 김소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