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슬래셔 무비'의 탄생

영화 <스승의 은혜>는 정년퇴직 후 늙고 병든 몸으로 시골에 혼자 살고 있는 박선생과 16년 만에 찾아온 7명의 제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학창시절 선생님과 아이들로부터 상처받은 한 제자의 증오와 복수를 그린 공포영화로, 교사의 체벌과 차별 대우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과감히 전면에 내세워 피가 낭자하고 무참하게 사람을 난도질하는 '슬래셔 무비'로 풀어낸다. '스승에 대한 복수'라는 내용과 잔인한 장면들이 다소 거부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학창시절 선생님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감이 간다. 또, 학창시절의 악몽 같은 기억이 얼마나 한 인간의 일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지 극단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잔혹함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소재와 장르의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얼개는 엉성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밋밋해 전체적인 완성도는 떨어진다. 특히 인물들의 내면의 공포를 제대로 끄집어내지 못해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소재와 장르의 과감한 시도에 비해 다소 전형적인 반전도 흠이다.

다리를 쓰지 못 해 휠체어로 거동하는 선생님(오미희 분)을 수발해온 제자 미자(서영희 분)는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예전 급우들을 초대한다. 16년만에 은퇴한 선생님과 재회한 제자들은 박선생님(오미희 분)께 반갑게 인사하고 고마움을 표시하지만, 사실 그들 마음속에는 잊지 못할 상처가 있다. 결혼을 앞둔 반장 세호(여현수 분)와 부반장 은영(유설아 분)은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손가락질을 당했고, 순희(이지현 분)는 뚱뚱하다고 놀림 받았다. 축구 선수가 꿈이었던 달봉이(박효준 분)는 박선생의 체벌로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선생님이 각별히 사랑했던 명호(이동규 분)도 자꾸만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학창시절 아무도 그와 친구가 되지 않았던 왕따 정원(장성원 분)까지. 과거를 전혀 기억 못하고 자신이 자상한 교사인 줄로만 알고 있는 선생을 보면서 제자들은 16년 전 그들 속에 응어리진 스승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제자들은 누군가에게 하나 둘씩 죽어가면서 화기애애한 동창회가 하룻밤새 참혹한 살육의 현장으로 변해간다. 한편, 박선생에게도 과거 기형아 아들과 자살한 남편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드리워져 있다.

귀신보다 무서운 현실공포 <스승의 은혜>는 18세 관람가로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2006.07.2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