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만화의 재구성

허영만의 동명만화의 1부 ‘지리산작두’를 90년대를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한 <타짜>는 가구공장에서 일하며 남루한 삶을 살던 평범한 청년 고니가 우연히 접한 화투판에서 전 재산을 잃은 뒤 도박판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타고난 승부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고니를 중심으로 타짜가 되어 가는 고니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고니가 만나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박이란 말초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의 허황된 욕망과 그로 인한 파국을 그린 영화는, 기존 할리우드 또는 홍콩류의 도박영화라기보다는 인간드라마에 가깝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주·조연 배우들이 열연 그리고 재치 넘치는 대사와 각 캐릭터의 생생함이 합해져 2시간 20분이라는 다소 긴 상영시간이라는 약점을 극복한다. 특히 조승우·김혜수·백윤식·유해진 등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만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인다. 강한 욕망과 승부욕을 지닌 고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조승우와 자신의 섹시한 매력을 맘껏 뽐내며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혜수,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명연기를 보여준 백윤식, 그리고 특유의 입담을 늘어놓으며 맛깔스런 코믹연기을 펼친 유해진 등 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 전개와 결말로 인해 극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아쉬운 요소이다. 한편, 원작자 허영만 화백과 그의 절친한 친구인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정마담의 밀실에서 화투를 치는 도박꾼들로 깜짝 출연한다.

원작과 감독 그리고 배우들의 조합이 돋보이는 영화 <타짜>는 추석 영화로는 유일하게 18세 관람가로 9월 28일 개봉한다.

2006.09.1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