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일 개봉한 <스페니쉬 아파트먼트>가 롱런 채비를 끝냈다.

종로 시네코아에서 단독 개봉한 후 상업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인 입소문만으로 꾸준하게 관객을 모아온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시네코아 상영작 중 <실미도>에 이어 관객 동원 2위를 차지하는 선전을 펼쳐왔다. 이에 극장 측에서 쟁쟁한 설 영화들을 제쳐 놓고 구정 연휴까지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를 계속 상영하기로 결정한 것. 또한, 관객의 입소문덕에 추가 개봉했던 씨어터2.0도 구정연휴까지도 계속 상영할 계획이다. 와이드 릴리즈로 개봉해 영화들이 반짝 상영되고 마는 지금의 극장가에서 <스페니쉬 아파트먼트>가 참신한 성공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바르셀로나 아파트에 모인 다국적 룸메이트들의 이야기를 발랄한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2004.1.13)

코리아필름 편집부

2004년 새해는 여는 첫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가 상업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봉을 결정,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대규모 광고의 현혹과 와이드 릴리즈 배급방식으로 개봉 첫 주에 승부를 거는 고질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영화의 재미가 높은 영화만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인 입소문을 주요 홍보방법으로 채택, 네티즌들에게 꾸준한 시사를 진행, 영화의 재미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대작들이 집중되는 연말, 연초를 개봉시기로 잡으면서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전략은 사뭇 파격적인 결정.

실제로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최근에 잇단 시사회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수입과 배급을 맡은 20세기 폭스 코리아 측은 개봉 후에도 이와 같은 반응이 지속될 경우 전국 극장으로 확대 개봉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의 이러한 배급 방식은 단 기간에 승부를 낼 수 있는 와이드 릴리즈 방식의 배급과는 판이하게 다른데, 이는 획일적인 배급이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에 대한 정면돌파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스크린수는 많아 졌지만 거대 배급사의 힘이 극장을 장악, 정작 관객들이 접할 수 있는 영화는 상업영화로 한정되어 가는 상황이 더욱 더 심해지고 있는 실정에서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다국적 교환 학생들의 포복절도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열정을 그리고 있는 청춘 코믹물. 활력이 넘치는 영화이니만큼 이번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의 개봉 방식이 획일화된 극장가에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3.12.22)

코리아필름 편집부

25세의 건장한 프랑스청년 '자비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를 지망하지만, 아버지의 친구분으로부터 스페인어와 경제학석사를 따야 어딜가나 꿀리지않는다는 충고를 듣는다. 이에 따라 유럽교환학생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를 통해 스페인에서 1년간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홀어머니와 사랑하는 애인을 두고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장래를 위해 꿋꿋이 바르셀로나로 향한다.

어렵사리 숙소를 구한 자비에는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에서 온 혈기 왕성한 학생들과 룸메이트로 왁자지껄하게 지내게 된다. 문화적, 언어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제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이 충돌하면서 웃지 못할 헤프닝은 벌어지고…
그래도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조금씩 싹터간다.

스페인 생활에 적응하려다 보니 프랑스에 있는 여자친구와는 연락을 자주 못해 점점 관계가 소원해진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참다 못한 여자친구가 스페인까지 찾아와 잠시 해후했지만 서먹하기만 하다. 반면 공항에서 만났던 유부녀 안네소피와 가까워지면서 그녀에 대한 성적환상에 사로잡히는데…고맙게도 레즈비언 친구 이사벨이 섹스과외(-여자를 뻑가게 하는 비법)를 해주어 안네소피와 거침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지만…

유럽에서 온 한 편의 싱싱한 코미디인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혼재되고 다문화적인 세상 속에서 코믹한 시련과 모험을 겪어가며 자기 자리를 찾는 한 청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프랑스에 있는 사랑스런 여자친구 '마틴느', 자비에와 육체적 사랑에 빠지는 섹시한 유부녀 '안네소피' 그리고 스페인에서 1년간 동거에 들어가는 룸메이트 6명이 자비에와 함께한다. 벨기에 친구인 레즈비언 '이사벨', 새침하면서도 로맨틱함을 꿈꾸는 영국 처자 '웬디', 연인관계인 스페인 친구 '솔레다드'와 덴마크인 '라스', 깔끔하고 정확한 독일 남학생 '토비아스', 이탈리아에서 온 낙천주의 남학생 '알렉산드로'…이들이 자비에의 룸메이트이다. 아, 또 있다. 웬디의 남동생인 걸어다니는 핵폭탄 '윌리엄'까지.

그야말로 전세계적이고 다문화적인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제대로 표현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감독은 소니의 HD24p 고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했다. 그 결과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다국적 룸메이트들의 전세계적인 동거를 리얼한 영상에 담아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인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s'를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음악감독은 로이크 듀리가 맡았는데, Kraked Unit의 리더이자 프로듀서로 활약중인 그는 이번 OST에서 여러 음악 장르를 보여주고 있다. 플라밍고와 아프로 팝 그리고 라디오 헤드와 데프트 펑크(Daft Punk), 알리 파카 투르(Ali Farka Tour)가 참여한 전 지구적인 음악들은 영화의 멋을 한껏 살려주고 있다.

"다른 도시에서 이 영화를 촬영할 수 있었지만 나는 바르셀로나를 골랐다. 이 도시에서는 영화 촬영이 거의 없었을 뿐더러, 이 도시의 다양함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 곳은 역사적인 명소가 많으면서도 현대인의 유흥장소로도 유명하기 때문에 유럽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전세계적인 도시이면서 유일하게 카탈로니아의 문명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 모순된 점은 복잡하면서도 풍부한 유럽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

새로운 건축과 오래된 건축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바르셀로나.
도시 한편엔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림 같은 상점이, 또 한편엔 가우디가 만든 중세 고딕성처럼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혼재하는 이 도시는 유럽에서 가장 자유롭고 흥미로운 도시로 알려져 있다. 예술,건축, 패션의 도시이기도 한 이곳은 1992년 하계 올림픽 이후로 젊은 여행자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유럽의 가장 대중적인 여행지이자 문화적인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언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르셀로나에서만 통하는 카탈로니아 말인데, 카탈로니아 문화는 개인의 자아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인생의 방법'은 'duende' 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는데 이 말은 감정의 풍부함과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에서 바르셀로나의 명소를 만날 수 있는데, 바로 가우디의 유명한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이다. 이곳은 1883년에 만들기 시작한 성당으로 가우디가 1926년에 죽은 이후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그리고 공원 '구엘(Guell)'은 화랑, 탑, 전시관으로 구성된 로맨틱한 장소로 가우디의 가장 훌륭한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스물 다섯살, 이 때는 누구와 사랑에 빠질 것인지, 공부를 계속 해야 하는 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통해 삶에 대해 배울 것인지 고민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아무 확신도 없이 혼란스러워 하는 시기다. 보통 '뒤죽박죽의 시기'인 스물 다섯 살의 혼란상태를 이 영화에서는 가볍고 코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비에는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고 소설속에나 나오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세상은 정말 혼란 그 자체인거죠. 그러나 자비에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깨닫게 됩니다." -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보고 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궁금하게 여기고 혼란스러워 하는 자비에를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내부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감독도 젊은 시절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했었기 때문에 외국 유학생 처지였을 때가 있었다. 처음 외국에 나가 말, 습관, 가치관 등을 바꿔야 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 감독 자신의 기억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신념과 바램을 스페인에 있으면서 알아가기 시작한 프랑스 청년 자비에. 결국 자비에를 통해 이 영화는 관객에게 가장 무의식적인 욕망 그리고 뒤섞인 충동들을 따라가는 것이 성장과정에서 자유를 경험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다국적 캐스팅 작업을 위해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은 유럽 전역(코펜하겐, 로마, 베를린, 바르셀로나)을 돌았다. 각각의 도시에 머무는 동안 그는 배우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만나며 배역에 적합한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일곱 명의 학생 배역에 적합한 배우들을 캐스팅 하는 데에 있어 그가 중요시 한건, 경험이나 전작의 지명도 보다는 개인의 카리스마와 유머감각 그리고 개성이었다. "그 작업은 마라톤처럼 긴 오디션 과정이었다."고 감독은 말한다. "하지만 그 모든 젊은 배우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그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캐스팅 작업을 진행하면서 계속 대본을 고치고 스토리를 수정해 나갔다. 종종 두 배우 간에 오고 간 실제대화에 근거하여 장면을 구상해내기도 하였다"

캐스팅 된 배우 모두 바르셀로나의 호텔에서 한 달 동안 함께 살았는데, 그때 생긴 친밀감은 연기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 또, "종종 밤에 호텔에 가면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혼돈에 가득찬 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라고 감독은 언급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를 지닌, 서로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클라피쉬 감독은 그의 렌즈가 '다양성과 서로 다른 차이에서 오는 기쁨과 영감'을 조망할 수 있는 프리즘의 역할을 하길 바랐다. 관객은 자비에가 그의 룸메이트를 더욱 많이 알아 갈수록, 삶이 현실속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느끼게 된다.

16세기.. 인문주의 사상가 에라스무스 (Erasmus, Desiderius)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에서, 자비에는 에라스무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인에서 1년동안 지내게 된다. 동시에 자비에는 다른 나라들이 함께 평화로이 어우러져 사는 미래를 기원했던 네덜란드 학자 에라스무스, 그의 사상을 접하게 된다.

에라스무스는 16세기 과학/철학/문화사조의 혁신을 이루었던 르네상스 시기의 가장 두드러진 사상가이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여행가이자 인문주의자이다. 그는 과거 기독교문화와 봉건주의적 세계관에서 벗어난 사조를 연구하고 유럽 전역에 설파했다. 가장 잘 알려진 저서 {우신예찬(The Paise of Folly,1551)}은 정치가들과 성직자들의 비난을 받아 논쟁을 일으켰다. 여기에는 인간의 위선과 허영을 풍자하고 사랑과 연민을 일으키는 내용이 담겨있다.

21세기.. 유럽교환학생 프로그램

세계적으로 위대한 교육자로 위용을 떨친 이래, 현대에 와서 에라스무스 교환프로그램은 각 나라 대학과의 단합과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1987년 유럽연합에서 만들어 시행되어왔다. 에라스무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이미 11개국 나라 3천 여명의 학생들이 등록되어 있으며, 1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에라스무스에 가입하고 있다. 에라스무스는 유럽연합의 성공적인 결과물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고, <스페니쉬 아파트먼트>가 개봉한 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인기가 2배로 치솟았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혼란과 자유를 코믹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10년 전에 떠올랐다. 당시 내 여동생은 교환 학생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를 통해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나는 그곳으로 가서 일주일 정도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다섯 명의 룸메이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고 에피소드들이 풍부해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걸로 영화를 만들어 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12일 만에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나는 보통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먼저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캐릭터를 실현시켜줄 배우들을 찾는데, 이번에는 배우들의 특징이 캐릭터속에 많이 녹아들게 했다. 배우를 물색하기 위해 프로듀서 브루노 레비(Bruno Levy)와 배우인 로맹 뒤리스(Romain Duris)와 함께 유럽을 돌아다녔는데, 코펜하겐, 로마, 런던, 베를린, 바르셀로나 등지를 다니며 각각의 장소에서 스무 명 정도의 배우들을 만나봤다. 각각의 캐릭터를 위해서 나는 짧은 '리허설용 장면'들을 썼고, 이 오디션은 영화 속에서 새로운 장면들로 흡수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배우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캐릭터들을 재차 수정해 나갔다."

클라피쉬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Un Air de Famille](1996)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또한, [Ebrassez Qui Vous Voudrez]로 작년에 뤼미에르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탔다.

주요 작품들
[Not for or Against](2003)
[Perhaps](1999)
[When the Cat's Away ](1997)
[Chacun cherche son chat ](1996) - 베를린 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
[Un Air de Famille](1996) -세자르 영화제 각본상 수상, 감독상, 작품상 노미네이트
[Lumiere and Company] (1995)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