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아니면 볼 차기!
축구가 아니면 축구화를 달라!

절룩거리는 다리로 이제 퇴물취급 받는 왕년의 스타플레이어-명봉. 축구코치가 되고 싶어도 어느 구단에서조차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소림사에서 무공을 익혔던 씽씽은 사부가 죽자 하릴없이 빈둥빈둥 가난한 백수로 지내며 만두가게 처녀-아매를 흠모하는게 유일한 낙. 거리에서 우연히 씽씽의 요상한 다리 힘을 발견한 명봉은 씽씽에게 축구단을 결성하자고 제안하는데.....

일단은 정예멤버를 모으는게 가장 급선무! 씽씽은 소림사에서 함께 무예를 다졌던 동료들을 차례차례 찾아간다. 그러나 날렵했던 무사들은 온데 간데 없고, 외모비관론자, 뚱땡이, 박봉의 청소부, 방콕론자, 돈벌레...등으로 모두 변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점! 이들은 씽씽의 제안을 처음엔 거절했었지만 나중엔 차례차례 씽씽을 다시 찾아오게 되는데.....

일명 '무협축구단'. 이들은 길거리 축구에서부터 시작해서 프로 축구단과 겨룰 만큼의 실력으로 급성장한다. 하지만 명봉과 왕년의 라이벌 관계였던 강웅이 축구협회 위원장이라, '무협축구단'의 목표인 '전국축구대회 우승'은 갈수록 첩첩산중이 되가는데.....

작년 9월 중국 정부에서는 '소림과 축구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소림사를 모욕하고 불교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의 제목을 바꿀 것을 요구했으나 듣지않는 주성치에게 끝내 손을 들어주지 않았었다. 그러나 2002년 4월 미국 및 전세계 동시개봉, 그리고 월드컵 특수라는 배경으로 축구에 대한 열기에 더해지자 중국 정부 측 에서는 상영을 허가하는 것으로 기존의 방침을 철회했다. 이로써 12억 중국인들이 기대해왔던 '코미디의 신'-주성치의 <소림축구>는 완전히 족쇄가 풀린 셈이다.

제작기간 2년의 장고 끝에 나온 영화 <소림축구>에는 유난히 많은 신인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중국 상해, 광주, 그리고 홍콩의 세 도시에서 <소림축구 뉴 스타 대모집>이라는 이벤트성 신인발굴 대회를 통해 7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이 훼'가 그 주인공. 그녀는 영화의 초반부와 종반부에서 길거리에 떨어진 바나나에 미끄러지는 인상적이고도 도발적인 역을 맡았다. 또 '소림팀'의 골키퍼 역을 맡은 '진국곤'은 '이소룡'을 닮았다는 이유로, 촬영스텝에서 하루아침에 조연으로 발탁된 특이한 케이스. 뚱보선수-육사제 역을 맡은 '임자총'도 <소림축구>의 조감독이었는데, 육중한 몸매와 특유의 쇼맨쉽으로 주성치표 배우로 직업을 바꾸었다.

주성치는 <반칙왕>의 송강호 팬이다. 그래서 <반칙왕>의 홍콩 개봉시 송강호가 맡았던 임대호의 목소리를 그가 더빙했다. 출시된 <반칙왕>의 DVD 재킷에도 '주성치'라는 이름이 가장 크게 박혀있다. 후시녹음의 티가 역력하긴 하지만, 송강호 얼굴에 주성치의 목소리, 그리고 영어자막으로 보는 <반칙왕>은 확실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주성치는 송강호를 '한국 최고의 배우다'라며 극찬을 아까지 않았는데,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는 모두 보았다고 하니 송강호 매니아로서 손색이 없다.

<소림축구>의 주제가를 부른 목소리는 아주 귀에 익은 목소리인데, 아니나 다를까 유덕화였다. 그가 자신이 출연하지 않은 영화의 주제가를 불렀다고 해서 홍콩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주성치와 유덕화는 <정고전가>라는 코미디 영화에서 만난 이래 <지존무상 3>...등의 영화에 함께 출연, 우애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림축구>가 홍콩영화사상 초유의 흥행신기록을 경신하자 유덕화는 주성치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자신도 주제가로나마 이 영화에 참여해서 무척 영광스럽다고.

작년 말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소룡 열풍이 일고 있다. 실제, 록그룹 '크라잉 넛'이 주연한 <이소룡을 찾아랏!>이라는 영화가 나오는가 하면, 영화제작사-신씨네에서는 이소룡을 디지털로 복원하여 <드래곤 워리어>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홍콩의 주성치는 <소림축구>로 이미 이소룡 복원작업을 신씨네 보다 먼저 시작했다. 평소 '이소룡이 없었으면 영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성치는 일부러 제목에도 '소림'을 붙였고, 영화 곳곳에 이소룡의 무술을 표방한 태극무공이 눈에 띈다. 또 일부러 '소림팀'의 골키퍼 역을 이소룡과 아주 흡사한 '진국곤'이라는 신인에게 내주었다. 주성치 자신도 <소림축구>는 '이소룡에 대한 오마쥬'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