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거장, 김동원 감독이 비전향 장기수와 함께 한 12년간의 기록

<송환>는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1992년부터 시작해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후, 그들의 북송. 그리고 일 년 후 북에서 가진 그들과의 재회까지, <상계동 올림픽> <명성 그 6일의 기록>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온 한국 다큐멘터리를 대표하는 푸른영상 김동원 감독이 무려 12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감독의 시선이나 주관이 직접적으로 개입된 일종의 오테르 다큐멘터리 형식을 띤 영화는, 유머가 있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비전향장기수 조창손씨를 중심으로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모습으로 담아낸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진실을 오래 시간에 걸쳐 기록했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며 낯선 그들의 이야기를 감독의 내레이션과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무겁지 않게 거부감 없이 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게끔 하여 감동까지 끌어낸다.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낯선 다큐멘터리이지만 꼭 놓쳐서는 안 될 작품.

인디스토리와 아트플러스가 공동배급하는 <송환>은 전국의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플러스를 통해 3월 19일 개봉할 예정이다. 개봉관은 서울의 하이퍼텍 나다와 씨네 큐브, 뤼미에르 극장, 씨어터 2.0, 그리고 광주 광주극장, 제주 프리머스5관, 부산 DMC 6관, 대구의 필름통 등 총 8개관에 상영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돼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살아있는 다큐 영화 ‘송환’

다큐영화 <송환>이 드디어 관객을 만나게 된다. <송환>은 다큐멘터리의 일반적인 편견인 지루함을 진짜 배우보다 리얼하게 감정 표현하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그리고 감독 특유의 내레이션을 통해 할아버지의 울분을 자연스레 표출해낸다.

1992년 3월 아산요양원에서 조창손, 김석형 두 비전향 장기수에게 교통편을 제공으로 영화의 시작된다. 간첩으로 남파된 후 체포와 투옥이 수십년 옥살이를 한 북한 공작원들의 삶을 다루면서 감독의 정치적 이념보다는 휴머니즘 향기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게 삶을 개척하는 한명한명의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감독은 관객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념이 무엇인가? 다수 속에서 소수의 이념은 매장 당하여만 올바른가? 노환을 앓고 있은 어머니를 찾은 김선명씨의 사연은 우리사회가 여전히 이념투쟁의 깊은 후유증을 있음을 알려준다. 90세가 넘은 어머니는 아들이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집에 혼자 있으면 니 얼굴이 보여”대사가 심금을 울린다. 그들에게 ‘빨갱이’가족은 인생에 너무나 가혹한 형벌을 주었기 때문에 김 할아버지께 영면한 어머니의 산소를 알려주지 못한 가족들의 마음을 잘 담고 있다.

영화는 '송환' 제목처럼, 할아버지들이 북으로 송환된 후의 영상은 사뭇 안타까움에서 불편한 마음을 주게 한다. 남한에서 가슴 속 앙금이 가득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엿보였지만 북한으로 간 할아버지들의 영웅대접을 받고, 힘차게 부르는 노래가 가슴을 저미게 한다.

다큐영화 <송환>은 1992년부터 12년 간의 김동원 감독의 한 인간에 대한 생각이 정치적, 국가적, 민족적 이념을 생각하게 만든 영화이다. 김감독은 역사의 가치관을 한꺼번에 깨부수고자 그들 곁에서 묵묵히 다가서는 마음에서 현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결을 끊임없이 대답해주고 있다. 이 영화는 소수의 외침을 보여주고자 반공주의자와 장기수 가족들에게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약속을 할아버지께 지키는 가장 인간적인 내면을 그리는 영화라고 하겠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조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