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인생 바꾸러 ‘Back to 1994’

고소영의 첫 코믹 연기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언니가 간다>는 첫사랑의 배신으로 인생이 꼬였다고 믿는 서른 살의 패션디자이너 보조 나정주가 12년 전 첫 연애시절인 고교 시절로 돌아가 첫 남자와 인생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최악의 첫사랑 조하늬를 인생에서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성공해서 돌아온 동창생이자 오매불망 그녀를 짝사랑하는 오태훈을 첫 남자로 뒤바꾸기 위해 과거로 이동한 나정주(고소영 분)의 첫사랑 교체 대작전이 전개된다. 하지만 어린 정주(조안 분)는 '자신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고집을 꺾지 않고, 공부는 전교 1등이지만 센스제로, 연애숙맥인 태훈(유건 분)은 그녀의 끊임없는 연애 코치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순간 실수연발, 응용부족으로 인해 그녀의 계획은 자꾸만 꼬여만 간다.

'누구나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다'라는 공감을 전제로 출발한 영화는, 한 여자의 한바탕 소동극과 그 속에서 성장하게 되는 인물의 내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과거를 바꾸고 싶어하던 여주인공은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 '세상에는 시간을 돌이켜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라는 사실과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땐 진심으로 좋아했었으니까 후회는 안돼'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소재의 공감대에 비해 이야기의 구조와 이음새가 허술해 영화의 메시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삐삐, 하이텔 통신, 게스 청바지, 듀스의 노래 등 1994년대의 문화풍경이 향수를 자극하지만 이를 이야기와 인물 관계 속에서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 또 이범수와 오달수의 코믹 연기가 단발적인 웃음을 주지만 상투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으로 인해 기대 이상의 웃음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영화를 중심인 고소영의 코믹 연기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건진 것이 있다면 유건의 발견이다. 유건은 엉뚱하지만 귀엽고,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오태훈 역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냈다.

첫 남자와 꼬인 인생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 한 여자가 벌이는 소동극 <언니가 간다>는 12세 관람가로 2007년 1월 4일 개봉한다.

2006.12.1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