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사로잡은 최고의 인기 여배우 '시몬',
그녀의 비밀이 밝혀질까?

할리우드의 감독 '빅터 타란스키'(알 파치노 분).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야속할 뿐이다. 아카데미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지만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하고 계속되는 흥행부진으로 제작사와의 재계약마저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야심작 <선라이즈 선셋>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하지만 촬영도중 콧대 높은 여배우 (위노나 라이더)는 촬영 막바지에 계약을 파기하고 영화는 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그녀를 대체할 여배우를 찾아보지만 스타급 여배우는 그와의 작업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제작사 측은 신인 여배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타란스키' 감독의 광적인 팬이자, 컴퓨터 엔지니어인 '행크'는 죽기 전에 '타란스키'에게 유품을 남긴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이버 여배우 프로그래밍 CD-Rom. '행크'가 죽기 직전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만든 이 프로그램에는 실제 인간과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사이버 여배우 Simone (Simulation one의 약자)의 프로그램이 담겨있다. 결국, '타란스키'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시몬'을 출연시키고, 영화가 개봉되자 '시몬'은 하루아침에 인기 스타로 떠오르며 영화는 대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시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타란스키'는 세상을 속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게 되는데… 하지만 어차피 물은 엎질러진 것, 팬과 제작사 측의 기대감, 그리고 감독으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자신의 꿈으로 인해 '타란스키'는 계속해서 시몬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제작하고. '시몬'의 인기는 수직 상승의 가도를 달리며 시몬향수 출시, 가수로의 변신등으로 세계 최고의 스타로 군림한다.

일반인들에게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의 여배우 '시몬'에 대한 궁금증이 날로 증폭되자 '타란스키'는 그녀의 존재를 믿게 하기 위해 콘서트까지 개최한다. 홀로그램을 활용하여 개최된 콘서트는 대성공을 거두지만, 이미 인기스타가 되어버린 '시몬'의 존재가 커지면 커질수록 '타란스키'의 영화는 '시몬'의 인기에 가려 좋은 평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결국 괴로움에 몸부림 치던 '타란스키'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는데…

사이버 가수 아담, 류시아… 게다가 사이버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영화 <파이널 판타지>를 보면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이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과 그 발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조만간 인간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사실적인 사이버 스타가 탄생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

"만약 세계 최고의 여배우가 사실은 CG 라면? 그리고 이 사실을 아는 단 한명이 바로 그녀를 스타로 만든 영화 감독이라면?"이라는 기발한 상상으로 시작하는 영화 <시몬>은 가상 여배우 시몬을 소재로 한 헐리웃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코미디 영화다.

완벽한 미모와 몸매, 게다가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조금의 의심 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인간이 아닌 CG 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뮬레이션 여배우 시몬. 그녀 덕에 영화감독 타란스키의 영화는 대 성공을 이루고 그녀 또한 세계적 스타가 된다. 하지만 인터뷰는 물론이고 사람들 앞에 절대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녀는 점점 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급기야 그녀의 존재를 의심하는 기자들이 생긴다. 타란스키는 그녀를 실존인물로 만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시작한다. 시몬의 사진과 자신의 사진을 합성 시켜 스캔들을 조작, 연예지 1면을 장식 하는가 하면 시몬의 홀로그램을 이용해 콘서트를 열어 온 세계를 감쪽같이 속이기도 한다. 게다가 시몬의 사인을 대신하면서 립스틱을 바르고 사진마다 키스를 하는 알 파치노의 모습은 여지껏 보아왔던 지적인 이미지를 파괴하며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이 갈구하며 열망하는 스타가 결국은 허구이자 판타지이며 그 스타는 허구든 실제든 별 상관이 없다는 다소 시니컬한 주제와 시몬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괴로워하는 타란스키의 고민이 결코 무겁지 않은 가벼운 터치로 코믹하게 그려졌다. 게다가 앤드류 니콜 감독은 <가타카>에 이어 차분하고 세련된 영상을 블랙, 블루 등의 칼라 등을 이용하여 전체적 영화 톤을 미니멀하고 심플하게 표현하였으며 이는 명배우들의 연기와 위노나 라이더의 특별출연으로 조화롭게 빛을 발한다.

디지털을 이용한 '하이브리드'는 사실 할리우드에서는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요즘 여배우들은 실제로 영화에서 많은 디지털 작업을 한다. 얼굴에 난 뽀루지를 지우기도 하고 다리를 얇게 깍기도 하고 허리를 줄이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배우로 촬영을 한 후에 주인공 얼굴과 바꾸는 일도 있다. 아예 장면 전체를 디지털화 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만약 두 명의 배우가 연기를 했는데 그 중 한명만 마음에 든다면 그 부분만을 따와서 다시 찍은 장면과 합성할 수도 있다. 관객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작업되어 왔다는 것은 모두다 아는 사실이다. 영화 <시몬>은 모든 상상력과 테크놀로지의 결정판이며 그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 '타란스키'가 '시몬'을 다른 여배우의 목소리, 몸, 연기를 합성하는 장면은 또 하나의 효과 팀인 블랙박스 디지털에서 이루어졌다. "그 장면은 관객들이 한 배우를 보면서 옛날부터 사랑 받던 여배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로렌 바콜의 목소리를 가졌네!'라고 말하며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라고 블랙박스의 공동대표 '켄트 드메인'이 얘기한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새로운 것에서 옛 것을 찾는 습성"을 한 장면을 통해 구체화 시킨 예가 된다.

'디지털 배우의 시대가 온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감독은 "조만간 현대 문명은 TV를 켜면 나오는 배우나 아나운서 중 누가 실제 인간이고 누가 컴퓨터 인간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런 사실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1. 컴퓨터를 키고 CD-ROM을 넣는다. 화면에 Simulation One이라는 글자가 Simone으로 바뀌면 '시몬'의 얼굴이 등장한다.

2. MIMIC KEY- 스크린 앞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도록 명령하는 키. 이 키를 누르면 '타란스키'가 하는 행동을 '시몬'이 따라 하게 된다. 이를테면, '타란스키'가 울면 '시몬'도 울고 '타란스키'가 머리를 매만지면 '시몬'도 머리를 매만진다. 주로 '시몬'의 연기를 위해 쓰이며 생방송 인터뷰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3. Loop Key- 같은 동작을 계속 하도록 하는 키. '타란스키'가 '시몬'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없을 때 특별한 동작을 입력시키고 반복적으로 쓴다.

4. Microphone Key - '타란스키'가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 하면 '시몬'의 목소리로 변조되어 나온다. 따라서 '시몬'의 대사는 모두 '타란스키'가 직접 녹음한 그것이다. 가끔 '타란스키'는 이 키를 이용해 '시몬'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타란스키' 자신과의 대화이긴 하지만…

5. Tear Key- '시몬'이 눈물을 흘리도록 하는 키. 인터뷰 도중 실수로 이 키를 눌러 '시몬'이 눈물을 흘리자 이를 본 시청자들은 가슴아파 하며 따라 울기도 한다.

6. 이 외의 기능: 이 프로그램에는 역대 최고 여배우들의 모든 데이터 베이스가 입력 되어있다. 따라서 '오드리 햅번'의 입술, '메릴 스트립'의 눈 등을 '시몬'에게 접목시켜 그녀의 모습에 약간의 변화를 (햅번 룩, 스트립 룩 등으로) 줄 수 있다. 게다가 '시몬'은 이들의 얼굴 생김새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연기 또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특히, '오드리 햅번'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보여준 연기를 완벽히 재현하는 연기는 일품이다.

이 모든 기능을 이용해 연기한 '시몬'과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 장면을 합성하면 한 편의 영화가 탄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