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공작부대 '실미도 684부대' 31명의 훈련병들의 비극적인 실화를 담아..

영화 <실미도>는 1968년 창설된 북파공작부대 '실미도 684부대' 31명의 훈련병들의 비극적인 실화를 다룬 작품.

1968년 정부는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그 해 4월 실미도에 사형수, 무기수 등 범죄자들을 끌어들여 북파공작부대 창설하고 혹독한 훈련을 통해 그들을 살인병기로 만든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남북한 화해분위기로 바뀌고 정부는 이들을 제거하려고 한다. 사실을 알게된 훈련병들은 실미도를 접수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서울로 향하지만 역부족인 그들은 전원 자폭이라는 최후를 선택하고 만다.

영화는 1971년 실제 사건인 '실미도사건'의 실체를 과장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풀어놓으며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보여준다. 감독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보다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처절한 모습에 시선을 집중하고 어두웠던 우리 현대사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감독의 매끄러운 연출력이 돋보이며 설경구, 안성기, 정재형 등 주연 배우들의 빨아들일 것만 같은 눈빛 연기와 깊이 있는 표정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후반부 버스안에서 자폭을 앞둔 부대원들이 자신들의 피로 이름을 새기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설경구, 안성기, 정재형 외에도 허준호, 임원희, 강신일 등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볼거리.

반면 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연결고리가 미약해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며 순차적으로 나열되는 전개방식으로 인해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버스 자폭 장면이 제일 첫 장면이었다면 어떨까?

한국영화계에 막강한 파워을 가진 강우석 감독이 총 100억원의 제작비와 한국영화사상 최장거리 로케이션을 통해 깊이 있는 영상과 메시지를 담은 <실미도>는 시네마서비스를 배급을 통해 12월 24일 개봉한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완성도 높은 영화,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

강우석 감독, 설경구 안성기 주연, 그 외에 자타가 공인하는 탄탄한 연기력의 조연 배우들. 국내의 내노라하는 스탭과 현장고증을 거친 셋트. 실제 실미도에 30억원의 실물 셋트을 제작하고 강원도 부산 인천 실미도 몰타 뉴질랜드를 관통하는 해외 로케이션 등, 제작에서부터 화제가 되었던 영화 '실미도'가 드디어 관객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강우석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와 완성도 면에서 이 영화는 분명 빼어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소재와 많은 등장 인물이 나오는 복잡한 영화를 시나리오는 빠르고 재미있게 풀어나갔고,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수중 촬영 씬과 전투 씬은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연출도 뛰어나고, 각각 개성을 가진 연기자들의 연기력도 대부분 물이 올라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주연배우급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 영화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영화음악과 음향 녹음 상태도 아주 깨끗해서 영화 외적인 면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영화였다.

김신조 일행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기 위해서 남파된 사건 이후 정권은 보복을 위해서 특수부대인 684부대를 만든다. 사형수와 무기수 등 사회 밑바닥 계층으로 구성된 이들은 실미도에서 지옥 훈련을 거치며 최강의 특수부대로 거듭나게 된다. 북으로 가서 임무를 완수하고 당당하게 사회에 복귀하기를 꿈꾸는 대원들. 그러나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이들의 존재는 점점 정권에서 잊혀지고, 결국 전원 제거라는 특명이 떨어진다. 이들은 사실을 알고 격분 섬을 탈출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청와대로 향한다.

역사적인 사건을 영상화하는 작업은 까다롭고 힘드는 일이다. 역사적인 사건을 과장하기도 어렵고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소재적인 제약과 약점을 잘 극복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제법 맛있는 음식이지만 양념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원래의 맛과 상큼한 맛이 사라진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도 많고, 이들이 하는 말도 많은 편이다. 죽어가면서 하는 말들이 너무 많아서 다소 신파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조금 더 무게를 줄이고 감정을 절제해서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양념은 조금씩 제때에 들어가야 요리의 맛을 낼 수 있다. 영화에는 제 때에 양념이 들어갔으나 양은 좀 많은 듯 하다.

그러나 남성 영화와 남자냄새가 물씬 나는 영화를 기다려온 관객들이라면 기대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영화가 여기까지 성장했구나 하는 것을 보고 싶은 관객들도 역시 보면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감추어진 시간 속으로 사라질 뻔한 억울한 민초들의 역사를 스크린에 꺼낸 감독의 열정과 배우들의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강비조